글로벌 구리 가격이 심상찮다. 인공지능(AI), 광산 사고(Break), 중국 수요(China) 등 'ABC' 3대 요인으로 인해 전 세계적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슈퍼 사이클(초호황)을 맞이한 반도체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서 벗어나려는 전기차 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우려가 크다.
민관이 협력해 구리 재활용을 위한 도시 광산 투자를 확대하면서 구리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현물 가격은 전일 기준 t당 1만1695달러(약 1700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들어 구리 공급가는 34%가량 상승했다. 국내 구리 가격도 급등세다. 올 상반기만 해도 ㎏당 9000원 내외였던 고순도 구리 고철은 10월 기준 ㎏당 1만3000원(t당 1300만원)대로 치솟았다.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해 '닥터 코퍼'로도 불리는 구리는 전기·전자·전력·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중요도가 한층 더 커졌다. 높은 도전율과 열전도율에 힘입어 AI 학습·추론에 필요한 반도체·기판과 발열 문제 해소를 위한 냉각 설비 구축에 대량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에도 필수로 들어간다.
올해 구리 가격이 급등한 것은 공급 부족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칠레, 콩고 등 구리 광산에서 잇달아 사고가 터지면서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3개 광산의 생산 차질분이 내년에만 59만t(전 세계 생산량의 2.1%)에 이를 것으로 본다.
UBS, BOA 등 주요 투자은행은 전례 없는 공급 차질로 구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부터는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구리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수출 확대와 내수 부양을 공언한 중국이 직수입 또는 동남아 등을 통해 우회로 구리 고철을 대거 사들이는 것도 구리 가격 상승 요인이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수요의 58%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께 구리 공급 부족 규모가 필요량의 30~40%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부, 관세청 등 정부는 고도 성장기에 국내로 유입된 구리가 해외로 반출되는 걸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리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철이 중국으로 불법 유출되는 사례가 잦아 지난해부터 부처 합동으로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구리 고철이 해외로 나가는 것은 쉽고 국내로 들어오는 건 어려운 현행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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