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서울시청 앞에서는 ‘콘체르토 장위 사회주택 비대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북구 장위동에 사회주택 콘체르토 장위에 입주한 청년들은 운영 부실로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상황이라며 피해자 보호 대책을 요구했다. 이미 건물은 가압류된 상태로 공용전기까지 끊겼지만, 보증보험 가입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부랴부랴 서울시는 보증금을 선지급하고 SH 직영 전환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콘체르토 장위만의 일은 아니다. 2019년 드로우협동조합이 파산 절차에 돌입하자 사회주택협회를 비롯한 다른 사회주택 사업자들이 이를 떠안아 입주자들의 보증금을 내고 운영 정상화를 책임졌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사회주택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보고됐고, 한 서울시의원은 “서울시 이름을 건 전세사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사회주택의 구조적인 취약점에서 기인한다. 국내 사회주택은 공공이 지원하면 사회적경제주체들이 운영을 맡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동체 프로그램과 주거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구조다. 그러나 도입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도록 법제화에 실패하면서 사업자들은 낮은 사업성에 노출됐고, 보증보험이 해결되지 않으며 입주자들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2021년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는 동대문구의 사회주택 장안생활을 찾아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택지개발을 할 때 일정 비율을 사회공유주택으로 배정하겠다”고 얘기했다. 김윤덕 국토부장관은 청문회에서 사회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도 두 차례나 사회주택 현장을 찾았고 사회주택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그 공허와 희망의 교차지점에 탄탄주택협동조합이라는 사례가 있다. 2023년 경기 동탄에서 170억원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발생했을 때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도 사회주택이다.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공공이 주저하는 동안 사회주택협회는 피해자들과 협동조합을 조직해 주택을 인수하고 ‘반전세’ 방식으로 임대해 나갔다. 사회적 금융기관의 저리 융자도 받아 2년 만에 피해금의 93% 이상을 회수했다. 공공 대책이 미흡하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절박한 주거위기 상황에서 실제 성과로 증명했다.
방치된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탈바꿈한 ‘안암생활’도 눈에 띈다. 저렴한 임대료에 커뮤니티 공간과 공유시설은 물론 입주민 전용 앱까지 운영해 실거주 문제 해결까지 맞춤형으로 접근하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커뮤니티 구성부터 운영에 참여하는 위스테이 별내는 기존 아파트에서 따라하기 힘든 대안적 주거 모델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회주택을 주거 복지의 새 축으로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기존 모델이 양적 공급에 머물렀다면, 사회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하면서도 민간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운영·청년 창업·문화공간 같은 질적 혁신을 결합해 주거 문화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안암생활, 위스테이가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고,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사회주택 스스로 대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은 분명해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법적 기반과 보증보험, 재정 건전성 감독을 책임지고, 사회적경제 주체는 운영 혁신과 공동체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매번 사고 때마다 임시처방에 그치는 악순환이 멈출 수 있다.
앞으로 사회주택은 청년 1인 가구와 신혼부부, 고령층 모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으로 발전해야 한다. 집값 불안과 전세사기를 넘어,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길을 제도와 현장이 함께 열어야 한다. 실험성과 공동체성, 그리고 위기 대응력을 갖춘 사회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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