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퇴직연금 투자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전체 평균 수익률은 4.77%였다. 퇴직연금 중 펀드·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수익률은 9.96%로 원리금보장형(2%대)과 격차가 컸다.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상위 1%는 33%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하위 10%는 1%에도 못 미쳐 운용 성과에 따른 차이가 극명했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들은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많은 직장인이 부동산이나 코인 투자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정작 퇴직연금은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연령대별로 유리한 퇴직연금 제도도 다르다. 30·40대 직장인은 임금 상승률이 운용 수익률을 웃돌기 때문에 회사가 퇴직금을 관리하는 확정급여(DB)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반대로 은퇴가 가까운 근로자는 운용 성과가 더 중요한 만큼 본인이 직접 투자하는 확정기여(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투자형 상품 활용은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ETF는 코스피200, S&P500 같은 지수를 추종해 한번에 수백 개 기업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타깃데이트펀드(TDF)는 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정해 관리 부담이 작다. 매월 일정 금액씩 나눠 투자하는 적립식 매수를 하면 주가가 오를 때는 적게 사고 내릴 때는 많이 사서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나이와 투자 성향을 입력하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주는 인공지능(AI) 일임 서비스가 늘고 있어 금융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고 있다. 직접 투자가 어렵다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활용도 고려할 만하다.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펀드나 TDF 등에 자동으로 투자되는 방식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디폴트옵션 중 1년 이상 운용된 고위험 상품 수익률은 7.73%, 중위험 상품은 5.89% 수준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투자형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돼 수익률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퇴가 임박했다면 투자 전략을 바꿔야 한다. 자산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채 연금을 받으면 생활비가 줄어든다. 이 시기에는 배당형 ETF, 리츠(REITs), 채권 같은 인컴형 자산이 대안이 된다. 고배당주, 리츠, 채권, 커버드콜 ETF는 월별·분기별 현금흐름을 제공해 생활비를 보완하거나 재투자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배당만 보고 상품을 결정하면 위험하다. 해외의 한 커버드콜 ETF는 50% 넘는 분배율(ETF의 배당 혹은 이자수익 비율)로 주목받았지만 2년 만에 주가가 80% 하락하고 분배금도 크게 줄어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사례가 있다. 배당 전략을 택하더라도 기초자산의 안정성과 과거 배당 지급 이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퇴직연금 납입·수령 시에는 세제 혜택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IRP 계좌에 추가 납입하면 연간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는 16.5%의 높은 공제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이 IRP에 600만원을 납입하면 99만원을 세금에서 공제받는다.
퇴직 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에는 3.3~5.5%의 저율 과세를 적용받는다. 최근 세제 개편으로 21년 이상 장기 연금 수령 시 세금을 절반만 내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장기 수령 유인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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