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로빈슨 "K-경제 성장 비밀은 포용… 이제 정치가 답해야"

  • 세계경자학자대회 이튿날…62개국 석학 총출동

  •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빈슨

  • 농민서 재벌 회장 된 '정주영 신화'

  • 사회 이동성 보여준 대표 성공 사례

  • 지속가능 위해선 사회적 합의 필요

노벨경제학상 로빈슨
노벨경제학상 로빈슨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가 19일 한국 경제 발전은 포용적 경제 제도를 택했기 때문이며, 그 근거로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성공 신화를 언급했다.

로빈슨 교수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경제사 분야 대가인 네이선 넌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와 경제 발전의 역사와 관련해 대담했다. 

지난해 다론 아제모을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사이먼 존슨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와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로빈슨 교수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경제와 정치 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가 발전과 불평등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해왔다.

특히 아제모을루 교수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공동 저술했으며 이 책에서 포용적 제도를 국가 번영을 이끄는 핵심으로 꼽았다. 포용적 제도란 더 많은 사람을 경제활동에 참여시키는 체제를 말한다. 특정 권력 집단이 이익을 독점하는 착취적 제도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로빈슨 교수는 "북한은 착취적 제도를 취했지만 남한의 경우 일본 식민지 시기에 미군정이 들어온 후의 토지개혁, 즉 일본인 지주의 토지를 몰수·분배한 것이 포용적 사회로 가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기업 창업주의 전기를 읽었는데 그는 집안이 매우 가난한 쌀 농사꾼이었지만 교육을 받고 서울로 올라와 엄청난 사회적 이동을 이뤄냈다"며 "한국이 근본적으로 포용적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기 한국은 정치적으로 착취적이었지만 경제적으로는 포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갖춘 후 집요하게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지도자를 얻으면서 성장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적 포용만으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포용적 정치제도도 필요하다"며 "제도에 대한 사회 전체의 문화적 헌신과 합의가 없다면 제도가 유지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학자대회 이튿날인 이날엔 이츠하크 길보아 프랑스 HEC 파리와 이스라엘 라이히만대 교수가 '월라스-보울리 렉처'에서 경제 주체가 불확실성과 모호성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해당 세션의 좌장은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 맡았다.

장 위원은 세계계량경제학회 종신석학회원으로 세계에서 인정 받은 석학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학 분야 학회인 세계계량경제학회의 국내 종신석학회원은  황윤재 서울대 교수, 문형식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제학부 교수와 장 위원 단 세 명뿐이다. 장 위원은 이질적 경제주체 모형을 개발해 미시적 노동과 거시적 노동 공급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로 학계의 논의를 이끌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장 위원은 엘린 할보르센 노르웨이 통계청 연구원, 마리오스 카라바르부니스 리치몬드 연준 이코노미스트와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 세션에서 발표했다. 외벌이 가장의 소득이 50% 감소할 경우 배우자가 새로 일을 할 확률은 9.3%포인트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현상은 젊고 자산이 적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공동 연구자인 할보르센 연구원은 "보편적 지급 정책은 세금 부담은 큰데 가구 내 노동 공급 조정 기능을 약화시켜 비효율적"이라며 "반면 맞벌이 가구에 더 많이 지급하는 조건부 지급하는 타깃형 정책은 가구의 노동 참여를 유지·장려하면서 소비 안정 효과도 높여 가장 효율적인 정책 설계"라고 제언했다.

노동시장 연구에 이어 초고령화 같은 인구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장훈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구가 고령화할수록 그 사회의 금융 시스템 안정성은 약화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령인구 부양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0.64% 하락했다.

장 부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이자수익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압박에 대응해 소형은행과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높은 은행에 대한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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