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구제사업, 현장 외면한 '탁상행정' 논란…어민들 불만 폭발

  • 해파리 잡고 사진 찍고…어민들 "바다 위에서 무슨 셀카 찍나" 분통

  • 사진 촬영·워터마크 등 까다로운 지침 요구…"현실적으로 불가능"

엄청난 양의 해파리가 혼획되어 독성 촉수 때문에 인양을 못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엄청난 양의 해파리가 혼획되어 독성 촉수 때문에 인양을 못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해양수산부가 최근 해파리 구제사업을 시행하면서 어민들에게 구체적인 사진 촬영 지침과 절차를 요구해 현장 어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구제사업 지침에 따르면, 정치망어업 어선은 할당량을 인양하고 작업 과정별로 날짜와 시간이 표기된 워터마크 사진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촬영 조건도 까다로워 어장에서 해파리를 인양하는 장면, 팬에 담아 수량 확인이 가능한 사진, 절단 후 흘려보내는 장면 등을 모두 촬영해야 한다. 또한 선명과 면허번호가 명확히 보여야 하며, 어선 입출항 신고가 누락되면 수매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장 어민들은 이 모든 절차를 바다 위에서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해파리는 무게와 부피가 상당하고, 독성 촉수가 있어 맨손 작업이 불가능하다. 특히 100kg이 넘는 해파리를 파도치는 갑판 위에 올리는 것은 선박 좌초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어민들은 지적한다.

정치망 어업인 최모(59) 씨는 "선원들이 독소 때문에 해파리를 만지기를 꺼려하는데, 갑판에 인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주는 "해파리를 건져 올리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사진을 찍기 위해 그물을 걷고, 팬에 담고, 절단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것은 작업 중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장비 문제도 크다. 일부 외국인 선원과 고령 어민들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워터마크 기능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 "날짜·시간 표시가 없으면 인정되지 않는다"는 규정이 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청난 양의 해파리가 혼획되어 독성 촉수 때문에 인양을 못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엄청난 양의 해파리가 혼획되어 독성 촉수 때문에 인양을 못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전문가들은 구제사업의 목적은 좋지만, 현장 적용성을 고려한 지침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절차가 복잡하면 참여율이 떨어지고 실효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해파리 개체 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해수부가 진정한 효과를 거두려면 탁상 지침이 아닌 현장 맞춤형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한편, 전남 정치망어업 45개 어장 중 42개를 운영하는 여수시에서는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하루 40~50톤의 해파리(노무라입깃)가 혼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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