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1987∼2020·한국명 박지혜)이다. 10일 미 조폐국에 따르면, 밀번의 삶과 유산을 기념하는 동전은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주조됐다.
미 재무부 등은 참정권, 시민권, 과학, 예술 등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여성 20명을 2022년부터 올해까지 순차적으로 동전에 새기는 캠페인 진행하고 있다. 밀번은 19번째 헌정 대상자가 됐다. 이를 통해 약 3억~7억개의 밀번 쿼터가 발행될 예정이다.
밀번은 장애인으로서 장애인 권리 운동의 기반을 다진 인권운동가였다. 그는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밀번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했다. 선천성 근이영양증을 앓았지만, 10대 시절부터 장애인 권익 운동에 뛰어들어 16세에는 주(州) 장애인 관련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대학 졸업 후 2011년 장애인 권리 운동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으로 이주한 그는 ‘장애인 정의 문화 클럽(Disability Justice Culture Club)’을 설립했다. 이후 자신이 10대 시절 동료 운동가들과 함께 개념을 정립한 '장애인 정의' 운동을 구체화한다. 밀번은 이 운동을 통해 장애인 중에서도 더욱 소외된 삶을 사는 유색인종, 이민자, 성소수자, 노숙자 등의 권익 증진을 도모했다.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돼 정책 자문에 참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저소득층·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마스크, 의약품, 위생용품을 전달하는 활동을 주도했다. 신장암 투병 중에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2020년 5월 19일, 자신의 33번째 생일에 수술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폐국은 “밀번은 리더이자 비전가, 문제해결자였으며, 장애인의 정의를 위한 맹렬하면서도 연민 어린 활동가였고, 젊음과 목적의식, 헌신으로 빛났다”고 평가했다.
동전에는 전동휠체어에 앉아 청중을 향해 연설하는 밀번의 모습이 담겼다. 단발머리에 안경을 쓴 그는 왼손을 가슴에 얹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무언가를 설명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기관절개술로 인한 목의 튜브 고정장치도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동전 테두리에는 ‘DISABILITY JUSTICE(장애인의 정의)’와 그녀의 이름인 ‘Stacey Park Milburn’ 문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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