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트럼프 관세 압박에 애플 'U턴'…삼성과 10년 만에 반도체 협력 재개

  • 삼성, 애플 이미지센서 수주… 모바일 AP 협력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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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이 반도체 사업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지난 2015년 삼성전자 팹에서 애플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양산을 마지막으로 10년 만이다. 이번 양사의 협력은 삼성전자의 10나노대 성숙공정에서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를 생산하는 게 골자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품목 관세 100%를 예고한 날 애플이 삼성과 함께 '미국 내 반도체 제조'를 공식 선언하면서, 향후 애플 최신 모바일 AP를 삼성전자 2나노대 선단공정에서 양산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기대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전자와 협력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 반도체 공장(파운드리)에서 전 세계에서 처음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기술을 미국에 먼저 도입함으로써 이 시설은 전 세계로 출하되는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비밀유지조항(NDA)을 이유로 구체적인 협력 사항에 대해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역시 "고객사와 관련한 세부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아이패드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 양산을 맡을 것으로 추정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애플 아이폰18용 이미지센서 양산 등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 적자를 축소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팹에서 애플 최신 이미지센서를 양산할 것으로 분석된다. 오스틴팹은 최근 테슬라 인공지능칩을 수주한 테일러팹(2나노)과 달리 14나노 중심의 성숙공정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미지센서 생산에 최적화한 장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그간 소니, TSMC와 일본 구마모토 공장을 통해 생산한 이미지센서를 아이폰에 탑재해 왔다. 이번 협력으로 애플의 이미지센서 공급망이 소니에서 삼성전자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애플이 다시 10년 만에 삼성전자와의 협력에 적극 나선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미국 내 생산(리쇼어링) 기조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100%에 달하는 반도체 관세를 예고한 상황에서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아이폰 부품의 미국 내 생산비중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앞서 190억개 이상 반도체를 미국에서 조달하고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6000억 달러(약 832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관세장벽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애플의 협력이 이미지센서를 넘어 모바일 AP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애플은 지난 2015년까지 삼성전자 팹에서 자사 AP를 양산했으나, 이후 TSMC로 발걸음을 돌렸다. 20나노대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TSMC는 애플과 엔비디아 반도체를 양산하면서 10나노대 공정 경쟁력을 키우고 삼성전자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애플과 엔비디아는 지금도 TSMC의 1·2대 고객사다.

2026년 연말부터 본격 가동하는 삼성전자 테일러팹은 테슬라 AI6칩 물량을 우선적으로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관세장벽을 피하기 위해 테일러팹 증설을 결정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애플이 AI6칩 수율·발열·성능을 보고 자사 AP를 테일러팹에서 양산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 삼성전자 입장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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