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정적 대안’으로 각광받던 채권 투자 열기가 급속도로 식고 있다. 월평균 3조원대를 웃돌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최근 2조원 선도 위태롭다. 일부 자금은 강세를 보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개인투자자 채권 순매수 규모는 평균 2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올 초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는 평균 3조원대를 유지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으나 5월 2조5000억원에서부터 6월 2조4000억원, 7월 2조300억원 등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러한 흐름에는 주식시장의 상세가 자리 잡고 있다. 하반기 들어 코스피 지수가 3200선을 넘어서는 등 고점 경신이 이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좇아 자산을 주식으로 재배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상반기부터 꾸준히 월 15조~18조원 규모의 채권 순매수를 이어가며, 자산배분 전략상 채권을 안정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채권 이탈은 단순히 수익률 추구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금리 하락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판단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022~2024년 급격한 금리 상승기에 개인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연평균 21조원에서 40조원대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요가 꺾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연내 추가 인하 여지는 1회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채권 가격 상승 여력은 제한되고,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이익 기대도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채권시장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측면에서는 3년물 국고채 금리가 2.1%, 10년물은 2.4% 수준을 형성하며 3분기에 저점을 찍고 4분기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국고채 대규모 발행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라는 이중 변수는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1·2차 추경 이후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를 223조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25% 늘어난 수치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도 불가피하다. 상반기 홈플러스 사태,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미상환 이슈 등으로 인해 BBB등급 이하 채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초우량채권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크레딧 시장 양극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국내 채권시장 제약 속에서 미국채의 상대적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3%로, 독일(2.5%)이나 한국 국채(2.3%)보다 높다. 금리 차에 따른 수익률 기대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부 기관투자자는 미국채 편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라며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달러화는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자산 선호가 여전해 급격한 달러 약세 전환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크레딧물 투자 시에도 보수적 접근이 요구된다”며 “하위등급 채권은 발행 여건이 여전히 열악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종료된 하이일드펀드 세제혜택의 여파로 BBB등급 이하 채권 발행은 위축되고 있으며, 시장안정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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