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는 전 거래일보다 16.2원 내린 1385.2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두 달 반 만에 1400원을 넘겼지만 1거래일 만에 20원 가까이 내린 것이다. 지난주에는 미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미 기준금리 동결 전망으로 이어지고 세제개편안 실망감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이 쏟아지면서 환율 레벨이 높아졌다.
하지만 미국 고용 쇼크는 흐름을 뒤집었다. 노동부의 7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 폭이 시장 전망치 10만명을 크게 밑도는 7만3000명으로 집계되면서 달러 가치가 급락했다. 지난주엔 한때 100을 넘겼던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1.1% 내린 98.851을 기록했다.
시장은 그동안 고용 여건이 비교적 탄탄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봤는데 이 전망이 뒤집히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주일 전 61%에서 이날 89%까지 높아졌다. 10월 금리 인하 확률은 96%,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99% 수준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미 고용 쇼크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며 환율이 낮아지겠지만 정부의 세제개편안 실망에 따른 국내 증시 부진은 원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 연준 인사들 발언, 세제 개편 불확실성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 추이가 달러 흐름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참가자들 움직임을 주목했다.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세법의 추가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등을 돌릴 공산이 크다. 반면 서학개미는 지난 5~6월 2개월 연속 미국 주식 순매도를 보였으나 지난 7월에는 1조원가량 순매수로 돌아섰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말 달러당 1400원 회복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7월 거주자 미국 주식 투자가 재개되면서 향후 달러수지 흑자는 균형으로 수렴할 확률이 높다"며 "무역수지 5개월 연속 흑자 달성에도 수출업체 추격 매도가 부재하며 연기금 해외 투자, 경상거래 목적의 기업 달러 수요가 증가해 환율 상승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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