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선방"…투자 규모·FTA 무용 아쉬워

대미 수출 불확실성 해소…통상협상 '선방' 평가

일본·EU와 동일 조건에 한·미 FTA 무력화 지적

 

한-미 통상협의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통상협의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통상협상이 31일 관세율 15%로 타결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관세율이 수출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됐다는 점에서 ‘선방’한 협상으로 평가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력화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우리 통상협상단은 이날 오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관세 협상을 담판지었다. 막판 협상 끝에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이는 일본이나 EU(유럽연합)와 동일한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에 따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500억 달러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투자된다. 해당 프로젝트는 우리 정부가 미국 조선업 부흥을 강조하며 협상 카드로 사용한 것으로, 우리 조선 기업이 MRO(유지·보수·정비) 등 미국 조선업 시장에 진출할 지렛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성과로 꼽힌다.
 
더불어 2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는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보유한 이차전지·반도체·원전·바이오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직접적인 투자보다 대출과 보증 방식으로 자금이 집행되며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 산출물 인수를 보증해 펀드 운영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시장을 개방하면서도 쌀과 소고기를 예외로 적용했다는 점도 이번 협상 성과로 꼽힌다. 종합적으로 미국이 명분을, 우리가 실리를 챙긴 ‘상호 호혜적’ 협상을 이뤘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 규모가 주요국 대비 작음에도 투자금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이번 관세 협상으로 한미FTA가 무력화돼 사실상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우리는 일본·EU 등 수출 경쟁국과 달리 미국과 FTA를 체결해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서 관세를 면제받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음으로써 실질적으로 가격 경쟁에서 손해를 입게 됐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협상에 대해 “대미 투자액이 기존 계획보다 증액됐거나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수출 경쟁력이 흔들리게 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우리가 이러한 부분을 강력하게 주장했는데도 미국이 강경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한계였다고 봐야 한다”면서 “아쉬움은 남지만 우리 기업이 대미 수출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던 만큼 선방한 협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관세협상을 계기로 2주 이내 미국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회동할 계획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충돌 격화로 조기 귀국함에 따라 만남이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