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유럽이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과 EU간 협력이 심화됨에 따라 불균형도 심화됐다. 양자 관계의 재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이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경제·무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의 양측간 협력을 논의했지만 예상대로 이견을 좁히긴 힘들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제25차 중·EU 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한 안토니오 코스타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났다. 중·EU 정상회담은 지난 2023년 12월 이후 19개월 만에 열렸다.
시 주석은 특히 "현재 유럽이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유럽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나 지정학적 모순이 없으며, 협력이 경쟁보다 크고 합의가 이견보다 크다는 기본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EU가 무역 및 투자 시장을 개방하고, 제한적인 경제·무역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중국 기업이 유럽에 투자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하기를 바란다”고도 당부했다.
이에 대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 EU간 협력이 심화됨에 따라 불균형도 심화되었다"며 "양자 관계의 재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중국과 유럽이 각자의 우려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견을 빚었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전쟁 종식을 위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러시아에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유럽은 정치적 수단을 통한 국제적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해야 한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EU정상들은 이어 리창 중국 총리와도 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우크라이나 문제는 물론이고 전기차 관세 등 관세 갈등, 희토류 수출 통제 등 의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갈등이 첨예한 분야가 많아서 성과를 도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그나마 양측이 기후협력에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의 합의문을 내놓을 수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은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탈퇴하고 온실가스 배출 제한을 철회하는 등 글로벌 기후 위기 대응 공조에서 빠지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은 열리기 전부터 기대감이 낮았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양측의 상대국 기업 제재 등과 같은 보복 조치를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중국과 EU가 트럼프발 우선주의에 맞서 공조를 강화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반목하는 것은 수년간 이어진 불공정 무역 경제 구조에서 빚어진 구조적 갈등이 깊다는 분석이다.
특히 EU는 미국 관세폭탄만큼이나 중국기업이 저가 제품을 앞세워 EU 산업 공급망을 교란시키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을 바라보는 양측의 상반된 시각 역시 갈등을 고조 시키는데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틀로 예정됐던 EU 지도부 방중 일정도 중국측 요청으로 하루로 축소된 배경이다.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은 24일 블룸버그에 "그 누구도 어떤 커다란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특히 유럽에서는 양측 관계의 혜택이 더 이상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라고도 짚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중국과 EU의 경제·무역 실무 협력 규모가 거대하고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견과 마찰이 있지만, 양측의 협력은 경쟁보다 훨씬 크고, 공감대는 차이점보다 훨씬 크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차이와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