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연합(EU)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합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본과 유사한 조건의 협정 체결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도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및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는 압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WSJ)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은 EU 회원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해 1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무역 합의안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에 예고한 30% 관세를 피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항공기, 증류주,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면세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지난 4월부터 EU 제품에 평균 4.8%의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기본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될 경우 총 15% 수준의 관세는 사실상 현상 유지에 해당한다. 아울러 현재 27.5%에 달하는 EU산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될 전망이다. 다만 철강 제품에 적용되는 50%의 품목별 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미국의 전략은 앞서 협정을 체결한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일본은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함께 쌀, 자동차 시장의 수입 장벽 완화를 약속했다. 인도네시아도 미국의 자동차·의약품 안전 기준 수용,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수용했다.
이에 미국·일본 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EU가 받는 압박이 더욱 커졌으며, EU 측이 무역 갈등을 피하기 위해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과 EU에 적용되는 관세 수준이 한국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EU·일본이 일정 수준의 상호관세로 절충점을 찾고 있는 만큼 한국에도 유사한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EU는 미국과의 협상 결렬에 대비해 최대 30% 관세에 달하는 총 930억 유로(약 15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 패키지를 준비 중이다. 이는 항공기와 자동차, 버번위스키 등에 대한 대응조치를 포함한 것으로 오는 24일 EU 회원국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또한 안토니우 코스타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등 EU 지도부는 23일 일본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경쟁력 동맹' 출범에 합의한 데 이어, 24일에는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기후 협력 및 전기차 관세, 희토류 수출 통제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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