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며 신용점수가 낮은 취약차주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1·2금융권에서 대출이 받기 어려워지자 이자율이 높은 단기 카드 대출을 이용하거나 대부업으로 밀려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카드론) 연체율은 지난 4월 3.6%에서 5월 4.2%로 0.6%포인트 뛰었다. 이는 지난 2005년 5월의 5.0%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루 이상 원금 연체를 기준으로 한 은행 카드 대출 연체율은 2023년 12월 2.8%에서 2024년 1월 3.0%로 올라선 뒤 계속 3%대를 유지했는데 올 5월 들어 4%를 넘어선 것이다.
이를 두고 1·2금융권 대출에 실패하고 카드론 등으로 소액 급전이라도 쓰려던 차주들이 한계까지 몰린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대출을 최대한 당겨 쓴 다중 채무자들이 마지막으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로 1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신용점수가 높은 차주들 위주로 신용대출을 내주는 경향을 보였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도 자산 건전성 관리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영향으로 신규 대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지난 5월 말 95조767억원으로, 2021년 10월(95조5783억원)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은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 등 고위험 채널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6·27 규제 시행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간 상위 30개 대부 업체의 하루 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는 7201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5월 일평균 신용대출 신청 건수가 3875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85.8% 늘어난 수치다. 대부업은 6·27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힌다. 대부 업체의 신용대출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주요 금융사 접근이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접근성이 취약한 계층일수록 대출 규제의 충격이 더 크게 작용한다"며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에 손을 뻗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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