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극복] 수도권에 쏠려있는 기업에 그어진 '남방 한계선'…"지역 규제 완화해야"

  • 대기업집단 92곳 중 '비수도권 본사' 기업 9곳 그쳐

  • 10년간 취업자 크게 증가한 20개 지자체 중 수도권 12곳

  • 전문가 "독일 사례 살펴야…이전 기업 편의 제고 방안 필요"

절기상 가장 더운 대서大暑인 22일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햇볕을 막으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절기상 가장 더운 대서(大暑)인 22일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햇볕을 가리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기업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른바 '취업 남방 한계선'이라는 자조 섞인 언급은 어제오늘 나온 말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민간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당근'을 제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92곳 중 본사가 비수도권에 위치한 기업은 9곳에 그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이며 대기업집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0.5%를 넘겨 더 강한 규제를 받는 기업집단을 뜻하는 상호출자제한집단(상출집단)으로 범위를 좁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상출집단 46곳 중 41곳 본사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중 비수도권에 본사가 소재한 곳은 포스코(경북)와 카카오(제주), 중흥건설(광주), 하림(전북), KT&G(대전) 등이다.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500대 기업 본사 5곳 중 4곳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개 기업 중 284곳은 서울, 101곳은 인천·경기에 몰려 있다. 부산·울산·경남 46곳, 대구·경북 23곳, 대전·충남 21곳, 광주·전남 14곳 순이다. 충북(4곳)과 제주(3곳), 전북(2곳), 세종(1곳), 강원(1곳) 등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방 일자리 질은 악화되는 상황이다. 취업자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취업 남방 한계선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사무직은 성남, 기술직은 용인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꺼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취업자 증가 폭이 큰 곳도 수도권 위주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지역노동시장 양극화와 일자리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20개 시·군 중 12곳이 수도권이다. 해당 지역에서 증가한 취업자 수는 전체 증가분 중 46.8%로 절반에 육박한다. 비수도권 중에서 취업자가 증가한 곳은 행정수도인 세종시를 비롯해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 아산, 혁신도시 소재지인 충북 진천 등에 그쳤다. 

정부도 혁신도시의 산학연 연계를 기대하고 있지만 마뜩잖은 분위기다. 이에 공공기관 이전 등을 통해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이 2019년 마무리된 이후 2차 이전 대상 기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내부 반발이 거세다는 것도 변수 중 하나다. 직전 정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추진했지만 노조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에 부딪히며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지역 기업 성장을 지원하거나 규제 완화를 통해 수도권 소재 기업의 지방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대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가려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지역에 있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다. 독일과 같이 지역 기업이 성장해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기업 유치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등 편의를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도 "대기업 지방 이전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규제다. 소위 말하는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가 완화돼야 할 것"이라며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의 규제 권한을 지방으로 보내는 지방 분권을 통해 기업과 지자체가 상생하고 성장할 모멘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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