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소멸위험지수는 지난해 기준 0.490으로 광역시 중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23%에 달하며 20~39세 여성인구는 11.3%에 불과하다. 2050년에는 인구의 4분의 1이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된 부산의 민낯을 보기 위해 기차에 몸을 실었다.

지난 15일 찾은 부산 영도구의 청학시장. 부산의 대표적인 인구소멸 위기지역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장 초입부터 고요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야채가게와 작은 한식당, 반찬가게 등이 영업 중이었으나 손님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이들만이 이웃 점포 사장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입구에서 1~2분 남짓 걸음을 옮기자 임대 스티커가 붙은 점포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로 더 들어가면 다른 가게들이 있지 않을까 하던 기대도 잠시, 굳게 닫힌 문들이 줄지어 있 광경이 펼쳐졌다. 언제부터 비어있는지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인 먼지들이 인구 유출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곳에서 40년이 넘도록 야채가게를 운영해왔다고 밝힌 박모 씨(72)는 "옛날엔 온 식구가 작은 집에 모여살았다. 그러다보니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렸는데 다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며 "보이소, 가게들이 죄다 비었습니다. 손님은 없는데 세를 내야되니 못 버티고 나가는기라. 세 안 내도 되는 사람들만 남았다 아닙니까"라고 설명했다.

문구점 사장 이모 씨(68)는 "40년 전 가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학교에 학생들이 4000명이 넘었다"며 "지금은 한 해 신입생이 20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월 매출을 계산해보니 70만원도 채 되지 않더라. 장사를 접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까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이 동네는 '노인과 바다'가 다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구 감소에 경기 침체가 더해져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생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은 비단 영도구 뿐만 아니었다. 청년들로 붐벼야 할 대학가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마저 한산했다. 같은 날 찾은 부산대학교 인근 역시 폐업·임대 팻말을 달고 있는 상가들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지역 상인들은 방학임을 감안하더라도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저 건물 보입니까. 저게 몇년째 비어있습니다. 다른 데도 빈 집들 수두룩해요." 부산대 정문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보다 높게 솟은 건물에는 큼지막하게 '임대'라는 두 글자가 붙어있었다. 상인은 대학생들이 줄어드는 데다 코로나19 등을 겪은 상인들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김소연(23) 학생은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대학을 졸업하면 서울에서 취직할 생각도 하고 있다"며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갔다 하는 친구들이 많다. 부산에서도 다양한 공모전 참여 기회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또 문화 콘텐츠 등 소프트 파워적인 부분도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역과 가까운데다 볼거리가 많아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지역이었던 중구의 남포동. '인파밀집 보행주의'라는 경고문이 무색하게 텅 빈 거리가 관광객들을 맞이했다. 메인 거리로 걸음을 옮기니 삼삼오오 무리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기는 했으나 서너 집 걸러 공실인 남포동에 활력을 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듯했다.
제2의 도시가 스러져가고 있다. 2030세대는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줄어드는 인구에 자영업자들은 업을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세현 부산연구원 인구전력연구센터장은 "부산은 전국적인 인구감소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역 이탈 '이중고'로 급격한 인구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며 "인구감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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