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의 주축이자 미래이기도 한 반도체 사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어떤 묘수를 둘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 회장에 대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 회장은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그룹 중장기 전략 수립 등 경영 활동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1위 탈환이 지상 과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6개 분기 만에 5조원을 하회하며 부진했다. 차세대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올해 초 SK하이닉스에 역전을 허용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다.
반도체 사업(DS부문)은 삼성전자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분야로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미래 수요 주도형 포트폴리오 강화'를 핵심으로 △메모리 초격차 유지 △시스템 반도체 강화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 △미국 중심의 공급망 다변화 등 포 트랙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메모리 초격차를 위해 올해 말까지 6세대인 HBM4 개발 및 본격 양산을 추진 중이다. HBM4는 아직 어느 업체도 양산 단계에 돌입하지 못한 분야로, 최첨단 AI가속기(AI GPU)에 적용되는 반도체다. 계획대로 HBM4 양산에 성공하면 기술력에서 다시 세계 최고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도 엔비디아 퀄테스트에 재도전하고 있다.
이밖에 최첨단 반도체인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저전력 모바일 D램(LPDDR6)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낸드(NAND) 부문은 9세대 V-NAND 양산 및 고용량·고속 SSD 수요에 대응하고 AI 서버에 최적화된 메모리 조합(Memory Stack)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뒤 10년 가까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면서 과감한 투자와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미·일에 대만까지 가세한 반도체 동맹이 견고해지는 가운데 이 회장은 향후 미국 내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며 실타래를 푸는 심정으로 해법 마련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10년간 사법 리스크에 휘말려 있는 동안 산업 지형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며 "AI 중심으로 재편된 반도체 환경에서 기존 선도적 위치를 회복하기 위한 이 회장의 본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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