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인 씨제이에 소속된 CJ·CGV의 CJ건설(현 CJ대한통운), 시뮬라인(현 CJ 4DPLEX)에 대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향후 금지명령과 총 65억41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파생상품의 일종인 TRS는 거래당사자가 주식과 채권 등 기초자산에서 향후 발생할 현금흐름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영구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착된 가운데 만기를 영구히 연장할 수 있는 회사채다.
당시 CJ건설은 2010~2014년 5년 연속 9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시뮬라인 역시 2012~2014년 3년 연속 총 7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도달했다. 지원행위가 개시된 2015년 당시 두 회사 모두 심각한 재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신용등급 하락, 차입금리 상승 등의 우려가 커졌다.
이에 CJ와 CGV 등 지원주체들은 금융회사가 CJ건설과 시뮬라인 등 지원객체가 발행한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하는 전제조건으로 TRS 계약을 체결했다. 영구전환사채 인수계약과 TRS 계약이 일괄거래 방식으로 체결된 것이다.
금융회사는 재무적 위기 상황에 처한 지원객체의 영구전환사채 인수 위험을 TRS 계약을 통해 지원주체에게 이전했다. TRS 계약이 사실상 신용보강과 지급보증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다. CJ그룹 내부적으로도 TRS 계약을 '발행사(지원객체) 미상환시 (지원주체의) 대납조건', '(신용등급이 낮은 지원객체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주체의) 신용보강 계약'이라고 칭했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TRS 계약의 외형상으로는 지원주체가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의 미래 가치상승에 따른 이익실현 가능성도 인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사건 영구전환사채 계약조건상 TRS 계약 기간 동안에는 전환권 행사가 봉쇄돼 있어 지원주체의 이익실현 의사·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지원주체는 TRS 계약을 통해 지원객체 발행 영구전환사채의 신용상 위험만을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CJ 이사회에서는 해당 TRS 계약이 '실적이 안좋은 계열회사에 대한 보증으로서 배임'이라는 지적에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발행금리도 지원주체의 신용도를 기준으로 결정돼 자금조달 비용(이자비용)이 낮아지기도 했다. 공정위는 CJ건설이 최소 31억5600만원, 시뮬라인이 21억2500만원을 절감시켰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원 결과 CJ건설과 시뮬라인은 경쟁사업자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경쟁 조건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종합건설업 시장과 4D 영화관 장비 공급 시장의 공정한 거래질서가 저해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향후 금지명령과 함께 CJ에 15억7700만원, CJ대한통운에 28억4000만원, CGV에 10억6200만원, CJ 4DPLEX에 10억62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최 국장은 "그룹내 우량한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부실계열사를 지원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계열회사에 대한 사실상 신용보강·지급보증을 파생상품을 통한 투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은폐한 행위를 제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형식적으로는 정상적인 금융상품이라도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공정위 제재와 관련해 CJ는 "일시적으로 자회사들이 유동성에 일부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위가 지적한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고 공정거래를 저해한 행위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TRS는 유상증자를 대체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금융 수단으로 다수 기업이 활용해 온 방식"이라며 "이에 대한 제재는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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