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가 무섭다. 지난주부터 20개국 이상 교역국에 관세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이번에는 드론 및 폴리실리콘에 대한 관세 부과 사전 작업에 착수했고, 멕시코산 토마토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나섰다. 다만 각종 관세에 따른 경제적 후폭풍도 우려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이날 드론과 드론 부품, 폴리실리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이번 조치는 미국이 기술·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핵심 소재 수입을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관세 부과의 법적 기반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미국 상업용 드론 시장은 대부분 중국산 제품, 특히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의 DJI가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토마토 업계는 멕시코산 토마토가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에 수출돼 국내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멕시코산 토마토는 약 70%를 차지하는데, 이는 20년 전보다 40%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이에 미국 내 토마토 업계는 “미국 농가와 농업계의 거대한 승리”라며 환영한 반면 소비자와 유통업계는 선택지가 줄고 가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멕시코 역시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2019년과 같이 이번에도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 본격 관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한국, 일본 등 25개 교역국에 내달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데 이어 구리에 대해서도 내달 1일부터 50% 품목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아울러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관세 부과를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추가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가 가속화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이 2.5%에서 16.6%로 급등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관세가 8월 1일 시행된다면 20.6%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효 관세율은 총 수입액 대비 관세 납부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발표된 관세들로 인해 실효 관세율이 약 4%포인트 높아질 수 있으며 15~20% 수준의 전면 관세가 시행되면 이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리스크도 30bp(1bp=0.01%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전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관세) 서한이 곧 협정이며 더 이상 협상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우리는 항상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는 상대국의 양보를 유도하려는 협상 전략으로 미국이 만족할 만한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서한에 명시된 관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수십 년 동안 무역과 군사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돈을 뜯겼다”고 주장했다. 이는 상호관세가 정당하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우방국들에 방위비 인상을 재차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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