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라운드 위 땀과 열정을 쏟는 선수들의 이슈를 토대로 다양한 면을 살펴봅니다. '주목! 이 선수'는 인터뷰·기록·선수 인생 등을 활용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롯데 자이언츠에 새로운 '좌승사자(왼손 타자들을 상대로 특별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를 일컫는 말로 왼손 타자에겐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는 의미)'가 탄생했다.
롯데 투수 정현수는 올 시즌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고 있다. 특히 '왼손 타자'가 많은 KBO리그에서 '좌승사자'로 자리 잡았다.
정현수는 올해 46경기 29이닝에 등판해 평균자책점(ERA) 2.79를 기록하는 등 호투를 펼치는 중이다. 스포츠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그의 올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96을 나타냈다. 롯데 좌완 투수 중 외국인 투수인 터커 데이비슨(2.75), 알렉 감보아(1.36)에 이은 3위다. 국내 선수로 한정하면 1위에 해당한다. 더욱이 그가 눈길을 끄는 건 왼손 타자를 상대로 상당히 강했다는 점이다. KBO리그는 '우투좌타' 열풍으로 인해 왼손 타자가 즐비하다. 그렇기에 각 팀에선 왼손 타자들을 상대하는 '좌타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리는 선수들이 주목 받는다.
이제는 정현수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스페셜리스트' 명단에 가세했다. 그는 올해 왼손 타자를 상대로 21⅔이닝 동안 단 5자책점만 내주며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WHIP(이닝 당 출루 허용 수)는 1.06이다. 9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무려 24개의 탈삼진을 잡은 것도 눈에 띈다. 반면 오른손 타자들을 상대로는 6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26, WHIP 1.74로 다소 부진했다. 우타 상대로 7개의 볼넷, 6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볼넷 대비 삼진 비율도 꽤 차이가 났다.
정현수가 왼손 타자에 강한 이유는 위력적인 슬라이더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현수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37.0%에 그친 반면, 슬라이더 구사율은 무려 52.2%에 달한다. 141.2㎞에 불과한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을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상쇄한 셈이다.

이러한 정현수의 활약에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시청했던 팬들도 열광하고 있다. 정현수는 2024년도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하기 전 '최강야구'를 상대로 야구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 있다.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그는 날카로운 커브로 '야신' 김성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 감독은 정현수의 커브를 보고 "우리 팀엔 없는 변화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제 정현수의 주무기는 커브에서 슬라이더로 변했다. 올해 그 지표가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와 달리 커브 비율을 22.1%에서 7.5%로 대폭 줄인 뒤 슬라이더 비율을 40.9%에서 52.2%까지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왼손 타자들에게 '재앙'으로 거듭난 정현수. 새로운 '좌승사자'의 등장에 국내 왼손 투수 갈증에 시달렸던 롯데 팬들은 미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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