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사용 확대 이후 일자리를 줄이며 고용 시장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학력이 높고 전문직일수록 AI로 인한 고용 변화가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고용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산업연구원의 '인공지능의 고용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업별 인공지능 노출도(AIOE)가 1% 증가할 때 전체 고용 비율은 평균적으로 약 2.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AIOE는 직업별로 업무를 수행할 때 AI의 여러 기술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수를 의미한다. AIOE가 높을수록 AI 기술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AI와 보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OE가 낮을수록 고용의 감소 폭이 컸다. AIOE가 높을수록 고용이 증가하거나 감소 폭이 작았다. 구체적으로 AIOE가 1% 증가할 때마다 노출도가 가장 낮은 그룹의 평균 고용은 31% 감소했으나, 가장 높은 그룹의 고용은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학력일수록 AI로 인한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근직, 생산·제조 직업의 고용은 감소했다.
직종별로 △인문·사회과학 연구직(23.2%) △경영·행정·사무직(21.0%) △사회복지·종교직(19.6%) △교육직(16.0%) 등 고용은 증가했다. 반면 △건설·채굴직(-28.5%) △정보통신 설치·정비직(-24.3%) △섬유·의복·생산직(-23.1%) 등은 고용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조사됐다.
AI가 고학력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와 상반되는 결과다. 그간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문·사회학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의료·진료, 금융·보험, 법률 전문가 등이 AI 노출 지수가 높았다. 여기서 AI 노출지수는 직업별 대체 가능한 수준을 뜻한다. 비반복적이고 분석적인 업무일수록 AI 노출지수가 높고, 고소득·고학력 근로자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고서는 "AI 노출도 증가가 사업장의 평균 고용을 낮추는 것이 실증적으로 증명됐다"면서 "하지만 이는 단순 평균으로 계산한 고용 효과일 뿐이고, AI 활용 정도가 높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고용 효과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사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고용이 증가했고, 낮을수록 고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고학력이나 전문 자격이 요구되는 화이트칼라 직업의 인공지능 노출도는 높지만 저학력 혹은 블루칼라 직업의 노출도는 낮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AI로 인한 고용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보고서는 "AI로 인한 고용 효과가 직업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AI로 인해 대체되는 직종을 식별해 추가적인 혜택이나 재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을 키우기 위해선 전반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조정하는 한편, 이민 정책을 통해 관련 인재 유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