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분기 국내 반도체 업계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을 타고 반도체 랠리가 지속되며 SK하이닉스는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점쳐지지만 삼성전자는 다시 역성장할 수 있단 예측이다. 반도체 사업 부진과 환율 하락세가 겹친 탓이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분기 매출은 76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대로 집계됐다. 다만 최근 들어 증권가 예상치는 더 낮아지는 추세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6조1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봤다. 이는 소폭 반등했던 1분기(6조6853억원) 대비 8%가량 감소한 수치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이익이 D램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개선됐다"면서도 "환율 하락에 따른 부정적 효과와 HBM3E 12단 시장 진입 지연에 따라 출하량이 제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라고 짚었다.
실제 지난 4월 148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00원 가까이 주저앉았다. 전날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로 거래를 마감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HBM을 중심으로 실적 호조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는 올 2분기 SK하이닉스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75%와 60.42% 급증한 20조3000억원, 8조7700억원으로 추정한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세운 역대 최고 기록 8조820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SK하이닉스는 환율 영향에도 불구하고 HBM3E 제품을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고수익 부문 매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 D램과 낸드 가격 동반 상승으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황 개선 흐름이 긍정적이란 평가다.
내년에도 HBM 수요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리더십을 유지하는 SK하이닉스와 관련해 "내년 HBM 수급의 상승 여력은 AI칩 수요 확대에 따른 HBM 공급 부족 심화와 HBM4의 빠른 채택에 따른 HBM 혼합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률 확대"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HBM시장에서 확실한 선두 자리를 꿰차며 미국 관세, 환율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도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AI 열풍을 이끈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가치를 키웠고, 지난 4월엔 주요 고객사에 HBM4 샘플을 공급하면서 하반기 양산 목표를 가시화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AMD에 12단 HBM3E를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기술 결함 논란을 일단락 지었으나 이미 SK하이닉스에 넘어간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36%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시장에선 하이닉스가 올해 약 19조원, 내년에는 30조원에 달하는 HBM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HBM 관련 확신이 시장 내에 존재한다"며 "AI 특화 기업과 기존 반도체 업체들 간 양극화 현상이 향후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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