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야가 처음으로 원내대표 선출을 완료하면서, 국회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진입할 전망이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김병기, 송언석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이계 인사로 분류되며, 송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당시 범친윤계 인사로 알려져 있다.
두 원내대표는 모두 3선 의원으로, 20대부터 22대 국회까지 연이어 의정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학연이나 지역 기반, 정치권 이전의 사회적 경력까지도 접점이 거의 없다.
김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 출신으로 정보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반면, 송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예산·재정 전문가다. 서로의 전문성과 정치 경로가 교차한 적이 거의 없는 만큼, 이번 원내대표직을 계기로 처음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복원'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출발선을 끊었다. 그는 "야당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을 우선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 간 입장 차가 이미 적지 않은 만큼,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서는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먼저 양당이 부딪힐 가능성이 큰 지점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 선임 문제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이를 넘겨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이번 주 법사위원장 등 선임을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청한 상태로, 법사위원장 임기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2대 국회 개원 당시 여야가 2년 임기로 위원장을 맡기로 합의했고, 1년 임기를 마친 현시점에서 위원장을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는 상임위원회 운영 규칙상 2년마다 교체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겠다"며 "법사위원장(소속)이 여당에 있다고 해서 (야당과)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행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 원내대표는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것이 오랫동안 지켜온 관행"이라며 "의회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집권 여당이 양보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논의해서 조정할 수 있도록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여야의 대립은 입법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지 못했던 상법 개정안, 방송3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등 주요 법안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반시장적'이라 비판하고, 방송 3법은 '언론 장악'이라고 반대한다. 송 원내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새로운 집권 여당이라면 법안을 일시적으로 통과하는 모습은 지양해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도 이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민생 법안 역시 양측의 입장차가 분명하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긍정적이지만,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 우려를 들어 반대한다. 이 사안 역시 향후 여야 간 하나의 갈등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는 이재명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 등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에서도 맞붙게 된다. 민주당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이미 김 후보자 불법 정치자금 제공자와 금전거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을 엄호하는 한편으로 빠른 내각 구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물밑 협상에 주력할 전망이다.
송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를 향한 검증 공세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공세가 이어질수록 국민의힘의 사퇴 압박 수위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등 3대 특검의 수사는 여당의 대야 공세가 점쳐지는 사안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민주당이 '내란 정당' 프레임을 걸어 야당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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