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최근 발표된 OECD ‘G20 GDP 성장률’ 보고에 의하면, 한국의 2025년 1분기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0.2%로 G20 국가 중 꼴찌로 기록되었다. 1위는 인도(2.0%), 2위는 브라질(1.4%), 3위는 중국(1.2%) 였고, 미국(-0.1%)과 일본(0.0%)이 우리나라와 함께 최하위권 성장률을 보였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관세정책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이와 같은 저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내수 부진이 있다.
지출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0.1%, 건설투자가 –3.1%, 설비투자가 –0.4%, 수출이 –0.6%를 기록하여, 경제 전반이 침체상태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정부소비는 0.0%를 기록하여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 지난 하반기 이후 계속해서 경고음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경제정책으로 일관하였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지난 5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낮추었지만 금리 인하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거시적인 고용과 물가 지표는 양호하다.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15~64세 고용률은 70.5%로 전년 동월보다 0.5%p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1989년 1월 이후 5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가 2916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만5000명 증가했다. 실업률도 2.8%로 금년 들어서 가장 낮았고 전년동월 대비해서도 0.2%p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전년동월 대비 1.9% 상승에 머물렀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경제고통지수는 4.7%로, 2024년 5월의 실업률(3.0%)과 소비자물가상승률(2.7%)을 합한 5.7%보다 1.0%p 낮았다. 그렇지만 경제성장률은 둔화된 상황에서 1.9%의 물가상승률은 민생경제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다. 5월의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의 전년동월대비 증감을 살펴보면, 상용근로자는 2.2% 증가하였지만, 일용근로자는 –6.1%로 감소하였다. 자영업자는 –0.7%로 감소하였다. 일견 상용근로자가 늘고, 일용근로자와 자영업자가 감소한 것은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취업자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실제로 1분위 가계동향을 보면, 하위 20%의 가처분소득은 3.6% 감소한 반면에 상위 20%의 가처분소득은 5.9% 상승하였다. 소득구성항목 중 사업소득의 경우 하위 60%가 모두 감소한 반면, 상위 40%는 상승했다. 하위 20% 소득계층의 소득총액 대비 상위 20%의 소득계층의 소득총액의 비율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전년동기 5.9배보다 높아졌다. 현재의 경제침체 충격은 근로소득자보다는 사업소득자에게 크고, 특히 저소득자의 고통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진행 중인 추경의 중점 방향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후 바로 경기대응을 위한 추경 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13.8조 원 규모의 1차 추경과는 별도로 '20조+α' 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이 검토되고 있다.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경 편성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추경으로 인한 국가채무의 증가를 우려하지만, 현 경제 상황은 국가채무를 걱정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물론, 문재인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적자 재정 기조는 중장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나서 내수를 적극적으로 진작해야 할 때이다.
발등에 불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72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3% 감소했다. 15개 수출품목 중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5개에 불과했다. 자동차 수출이 4.4% 감소했고, 석유제품은 -20.9%, 석화 수출은 –20.8%를 기록했다. 다행인 것은 반도체가 21.2% 상승하는 등 ICT산업의 수출이 견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로는 대 중국 수출이 –8.4%, 대미 수출이 –8.1%로 감소하였다. EU 등 다른 지역의 수출이 양호한 것은 미국의 관세 역풍이 가장 큰 요인임을 보여준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수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감소된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본·중국과 미국 사이의 강한 산업간 전후방 연관 관계가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세협상 만큼 중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결과가 중요하므로, 현재 진행 중인 중국과 미국 간의 관세 협상 추이와 결과를 철저히 분석하여 미국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 실리에 기반하여 접근하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줄 것과 받을 것에 대한 계산표가 정확히 만들어진다면 불안해 할 것도 없다.
한편, 서로 충돌하는 주요 경제지표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지출과 물가, 이자율과 물가, 이자율과 부동산 가격, 이자율과 주가지수 등 추구해야 하는 지표 간에 존재하는 상충성(trade off)을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정책과제이다. 이때 균형점이라는 것은 단순한 중간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시점에서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대한 판단이 총체적인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다.
급한 불을 진화한 이후에도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AI 투자 등 산업정책,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 지역 균형 발전, 부동산 시장 안정 등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주4.5일 근무제, 정년 연장 등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정책은 국민 공감대를 확보하여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갈등의 장이 아니라 타협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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