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1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다음 달이면 신정부가 출범한다.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여 있지만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 다각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복지와 관련된 핵심 어젠다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근로장려제와 생계급여제의 통합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소득보전제도는 이중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근로장려세제(EITC)는 근로빈곤층의 근로를 유도하고 지원하기 위한 소득보전 제도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가진 국민의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나, 이원적 운영으로 제도 간 소득 및 자산 기준의 차이로 수급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복잡한 기준과 중복 신청 절차로 인한 행정비용 증가 및 수급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소득보장과 근로유인의 균형을 갖춘 통합형 소득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단일 소득지원 창구 또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여 정책 효율성과 수급자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EITC와 생계급여의 지급방식·기준·구조를 단계적으로 통합하여 제도의 일관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합 소득보장체계의 급여삭감률 조정으로 소득 증가에 따른 급여 감소를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노인빈곤 완화를 위한 기초연금 개편이 필요하다. 최근 국민연금 개혁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2023년 기준 약 38.2%)으로, 고령층의 상당수가 상대적 생활 곤란에 직면해 있다. 기초연금은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 수단 중 하나지만, 월 34만원 수준 급여로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도 어렵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노령층의 소득보장의 이중구조 속에서 기초연금이 충분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민연금 보완재 역할을 하는 기초연금 중복·중복감액 문제와 급여의 형평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였던 기초연금 급여를 단계적으로 월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을 신정부에서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소득·재산 조사체계를 개편하여 실질적 생활수준을 반영할 수 있도록 소득인정액 산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 하위 70%로 고정되어 있는 제도를 탄력적 기준으로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과의 관계 정립이 요구된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2층 구조로의 개편 방안과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지급 후 최저소득보장 기능으로 개편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넷째, 출산과 보육에 대한 100% 국가 책임이 확립되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2024년 기준 0.75명)을 기록하며 초저출산 국가로 진입하였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국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출산 장려정책과 보육 지원이 시행되었지만,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 효과는 미미하였다. 이는 출산과 보육에 대한 개인과 가정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며, 특히 여성 경력 단절과 양육 부담, 사교육 의존도, 주거 불안정 등이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보조적 지원방식을 넘어, 국가가 출산과 보육을 책임지는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보편적 무상 출산 및 산후조리 지원: 출산에 드는 병원비, 산후조리 비용을 전액 국가가 지원하여 경제적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 국공립 보육시설의 확대 및 무상 보육 확대도 필요하다. 생후 0세부터 만 5세까지 전일 무상보육을 실시하며, 보육의 질을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아휴직 급여를 부모 모두가 실질적 소득 손실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임금의 100%를 보장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전 국민 완전 통합돌봄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고령화의 심화와 가족 돌봄 기능 약화로 인해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현재 돌봄 서비스는 복지·보건·의료·주거·일상생활 지원 등이 분절적으로 제공되어 이용자의 불편과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지자체 간 돌봄 서비스 격차가 크고, 민간·공공의 자원 연계가 미흡하여 대상자의 복합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 중증장애인, 치매환자 등 고위험군은 돌봄 공백으로 인해 심각한 건강 악화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돌봄지원법’(2026년 시행)을 통해 국가 책임 하에 돌봄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서비스 제공 주체 간 역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읍면동 중심의 통합돌봄 창구를 설치하여 대상자의 욕구를 진단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조정하는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도 요구된다. 방문간호, 방문재활, 식사 지원, 주거 개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전자의무기록 공유 기반의 ICT 연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형평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야기해 왔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에 기반하여 보험료가 자동 산정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도 재산, 자동차, 생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부과되어 왔다. 이로 인해 실제 소득 대비 보험료 부담이 과중한 경우가 많으며, 납부 능력과 상관없이 과도한 보험료를 부과받는 사례도 빈번하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 고령 은퇴자 등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부과방식으로 인해 불만이 누적되어 왔다. 재산·자동차 등의 비소득 요소 반영을 축소하고, 가급적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소득 중심’ 기준 적용이 요구된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동일 소득 대비 동일 보험료 부과 원칙이 정립되어야 한다. 지역가입자의 누락·은닉 소득 파악을 위해 국세청, 금융기관 등의 정보 연계가 필요하다.
일곱째, 간병보험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하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장기 입원환자 및 일상생활 지원이 필요한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가족이 주로 간병을 담당하는 현실은 간병 부담의 사적 전가, 여성의 경력 단절, 중산층의 빈곤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행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 중심으로 운영되며, 병원 입원 시 발생하는 간병비는 비급여 항목으로 환자 또는 가족이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민간 간병서비스 이용이 어려워 건강권과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간병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공적 보장 체계를 강화하고, 환자·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 다양한 모델 중 ‘간병통합서비스(병원내 전담 간병)’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급여화를 추진한다. 간병인의 자격 기준, 서비스 품질관리, 제공기관 인증체계 등을 정비하여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요양병원의 간병비용 급여화에 따른 장기요양보장기관과의 형평성 검토가 필요하다.
김용하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전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전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 △현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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