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권이 집권하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은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버블세븐(강남3구,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중대형 아파트의 강세가 엄청났는데 최근 주택 시장의 기조인 '똘똘한 한 채' 원조가 버블세븐이었다. 양도세 중과세를 하니 똘똘한 한 채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해당 지역 중대형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졌다. 10년의 세월이 흘러 들어선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의 데자뷰였다.
집값이 폭등했던 진보정권과 달리 보수 정권이었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집값이 오르지 않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자연스럽게 진보정권은 집값 상승, 보수정권은 집값 안정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교로운 우연의 일치지만 지난 진보정권이 정책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한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복기(復碁)하면 3가지 실수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지나친 자신감이다. 자신감에 집값 상승은 투기이자 불로소득이라는 이념이 더해지면서 2017년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우리가 집값 잡을 테니까 우리 믿고 집을 사지 마라”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은 멈추지 않았고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가 되었다.
둘째는 규제정책의 밸런스 조절 실패다. 매년 부과하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를 크게 올려 세 부담을 늘렸으면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는 내려 출구를 만들어주고 매물증가로 인해 집값이 안정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올려버렸다. 아무리 보유세가 부담돼도 시세차익의 80% 가까운 돈을 양도세로 내라고 하면 안 팔고 버틴다. 매물이 안 나오는 매물 잠김 현상이 생기면서 집값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셋째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신뢰를 잃었다. 투기가 문제라며 규제하다가 갑자기 공급이 부족하다고 급하게 방향을 전환했다. 2017년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했는데 2020년 갑자기 다주택자들의 회피처가 된다고 규제를 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재명 정부는 집값 문제에 대해 약간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도한 세금규제로 수요를 억제하기보다 공급을 늘려서 서민주거안정을 만들겠다는 공약내용에도 이런 정책기조가 담겨있다.
맞는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읽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연 믿고 기다려 줄지, 정부가 시장의 반응을 참고 기다려 줄 지가 관건이다.
최근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 행진이 나오고 있고 수도권으로 풍선효과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10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공급만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규제로 막아보겠지만 그래도 오른다면 결국 종부세 강화, 양도세 중과 유예 폐지 등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동산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달렸다. 하루 빨리 서울 아파트 시장이 안정돼 아무런 규제도 안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