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조속한 시일 내에 청와대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도청·감청 등 보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잠재적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과거 수준으로 보안을 복구하기 위해 약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복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TF는 용산에서 청와대로 옮기기 위한 상세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가장 선결해야 할 과제는 '보안'이다.
청와대는 구조적 특성상 도청·감청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과거부터 제기됐다. 대통령 집무실, 참모 회의실, 위기관리센터 등 주요 시설은 건축 설계상 외부 전파와 음향 침투에 취약하다.
과거에도 전파 방해 장비를 동원한 보안 조치가 있었지만 완벽한 보안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도청을 시도하거나 장비 감지 사례가 있었고 물리적 감청 위험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2022년 5월 청와대가 일반에 개방된 이후 보안 구역과 일반 구역 간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개방 이후 민간인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물리적·정보적 보안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우려다. 청와대 내부 구조 역시 홈페이지 등 다양한 경로로 외부에 완전히 공개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이 마지막 관람"이라며 대선 이후 청와대를 찾는 이들도 늘었다.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청와대 관람객 수는 42만7780명으로 개방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보보안 전문가인 염흥열 순천향대 교수는 "냉전 시기 미·소 간 첩보전 사례를 봐도 도청이 우려되는 건물은 완전 철거 후 재시공이 필요할 정도로 보안 문제가 심각한 사례가 많았다"며 "청와대는 3년간 비어 있었고, 일반인이 수시로 드나들었던 만큼 물리적 보안은 초기화 수준에서 다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리적 점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전면적인 보안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기밀이 유지돼야 할 대통령 집무 공간이 오랫동안 일반에 노출돼 있었고, 내부 구조도 외부에 완전히 공개됐다"며 "청와대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보안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용산 대통령실은 기존 국방부 청사를 개조해 보안 설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지만 청와대는 완전히 개방됐기 때문에 그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지하 벙커 내 국가 통신망, 정보보안 시설 손상 여부다. 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용산 이전 당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벙커 내 통신 보안시설 이전 문제였다"며 "해당 시설이 훼손된 상태라면 재설치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통신망 자체가 유지되고 기능이 남아 있다면 물리 보안을 중심으로 한 복구만으로는 3~6개월 정도면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지하 벙커와 관련된 내용은 보안 사항인 만큼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TF가 복귀 계획을 수립 중이며 복귀 시점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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