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표로 나라의 미래를 결정짓는 날. 이번 선거에서는 디지털 캠페인, 데이터 분석, 유권자의 선택을 예측하고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까지 기술이 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다. 선거 과정은 IT와 AI가 민주주의를 강화할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안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유세기간 후보자들은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과거 TV 토론과 유세 차량이 캠페인의 전부였다면, 이제 유권자와의 접점은 스마트폰 화면 속에 있다. 한 후보는 유튜브 라이브로 실시간 정책 질문을 받으며 유권자와 소통했고, 다른 후보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지역별 맞춤 공약을 전달했다. 디지털 플랫폼은 유권자와 후보 간 거리를 좁히고 캠페인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러나 디지털 캠페인에는 그림자도 존재한다. 이 캠페인은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다. 플랫폼은 유권자의 검색 기록, 소셜미디어 활동, 심지어 소비 패턴까지 분석해 타기팅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최적화된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지만, 과도한 개인화는 ‘필터 버블’을 초래한다. 유권자가 자신과 유사한 의견만 접하게 되어 균형 잡힌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 기술이 공정한 경쟁의 장을 여는 대신 편향된 정보의 확성기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
하지만 AI의 예측력은 양날의 검이다. 정확한 예측은 캠페인 효율성을 높이지만, 유권자의 선택이 알고리즘에 의해 조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미국 대선에서 AI 기반 소셜미디어 캠페인이 유권자의 감정을 자극해 투표율을 조작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위험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 AI가 선거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종’하는 도구로 악용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선거에서 IT와 AI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가짜뉴스다.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에는 후보를 비판하거나 지지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졌다. 유력 후보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은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대응해 IT 기업들은 AI 기반 콘텐츠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짜뉴스를 식별하는 알고리즘을 강화했고, 유튜브는 딥페이크 탐지 기술을 배포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를 악용이 따라잡고 있다. 가짜뉴스를 만드는 AI와 이를 막는 AI의 싸움은 끝없는 전쟁터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과제로 남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한 명의 리더를 뽑는 행사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회, 지킬 가치를 선택하는 과정이다. IT와 AI는 이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은 유권자의 목소리를 증폭하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민주주의를 투명하게 만들 잠재력을 지녔다. 하지만 동시에 편향, 조작, 분열의 도구로 악용될 위험도 크다. 이는 당선자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오늘 투표소에 들어가는 모든 유권자는 한 표로 미래를 선택한다. 이번 선거는 끝나지만, 앞으로의 선택은 기술에 의해 왜곡되지 않기를 바란다. IT와 AI가 진정한 민의를 반영하는 민주주의의 도구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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