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계엄 문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출국금지 조치한 사실이 확인됐다. 두 사람은 내란 혐의 피의자로 조사받고 있으며, 출국금지와 소환조사가 동시에 이뤄지며 수사가 본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27일, 한 전 총리와 최 전 부총리에 대해 이달 중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26일에는 두 사람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소환해 약 10시간가량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미 지난해 12월 수사당국에 의해 별도 출국금지된 상태다.
수사단은 최근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대통령실 국무회의장(대접견실) 내부 및 대통령 집무실 복도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수령하거나 논의하는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과 영상 자료 간 불일치 여부를 검토하며 위증 또는 허위 진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경찰 수사가 문건 작성·하달 단계에서 정치권 최고위 인사들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대통령실 내부 회의, 국무위원 간 대화 내용 등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점에서, 향후 청와대 참모진이나 군 수뇌부로의 수사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6일 국회 청문회에서 “선포 당시 비상계엄 문건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계엄 해제 국무회의를 마친 뒤 사무실로 출근해 양복 뒷주머니에 문건이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CCTV 분석 결과와 그의 증언 사이에 시점과 정황상 모순이 있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 중이다.
최 전 부총리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입법기구 설치 방안 등이 담긴 쪽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누군가 접힌 쪽지 형태의 자료를 건넸고, 무시하자고 해서 보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쪽지의 실물 존재 여부와 전달 경위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두고도 경찰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전 장관은 2월 11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장을 멀리서 본 적은 있으나, ‘소방청 단전·단수’ 같은 문구가 눈에 스친 수준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번 출국금지와 소환조사를 계기로 경찰의 내란 혐의 수사는 정점 인사들에 대한 진술 검증과 물증 확보로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CCTV 분석과 진술 대조를 통해 당시 주요 국무위원들이 어떤 정보에 접근했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를 집중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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