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90일의 상호관세 유예시한이 7월 9일이니 이제 약 40일 정도 남은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EU 등 미국의 주요 무역수지 흑자국들이 미국과 양자 협상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진행형이다. 통상협상의 특성상 협상 중반까지는 합의의 전체적인 틀과 방향을 놓고 서로 밀고당기기가 계속된다. 이후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면서 핵심 사안을 놓고 주고받기를 통해 타협에 도달한다. 대부분 협상이 아직도 진행형인 이유이다. 과연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는 어떤 내용이 될까?
양자 협상이고 또 국가별 관세와 비관세 수준이 다르니 국가별 협상 결과가 다를 것임은 당연하다. 다만 그러함에도 최근 타결된 미-영 협상 결과를 보면 미국이 추구하는 합의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다. 우선 10% 기본관세는 보편관세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상품무역에서 오히려 적자국인 영국에게 10% 기본관세 부과를 관철해 냈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10% 기본관세 유지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직면해 감세까지 추진하면서 부채한도 증액이 절실한 트럼프 행정부는 한 푼이 아까운 상황이다. 10% 기본관세로 연간 700억 달러가 넘는 관세수입이 예상되니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미국 우선 무역정책에서 관세수입 등을 거두기 위해 기존 국세청(IRS: Internal Revenue Service)에 버금가는 특별 행정기구 (ERS: External Revenue Service)를 만든다는 계획과도 부합한다. 물론 기본관세 부과에 따른 소비자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최대 소매판매점인 월마트에 관세 부담 흡수를 요청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 기본관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는 합의 결과를 이행하는 담보조항이다. 미국이 보건대 합의 내용이 원활히 이행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다시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이다. 미국이 협상하는 대부분의 합의문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지만 때론 상대방에게 굴욕적일 수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원활한 이행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호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이 담겨야 공평하다고 볼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세가 워낙 강해 그러한 내용이 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는 공급망과 관련된 미국의 요구 조항이다.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지정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미국이 요구할 경우, 해당 상품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내용은 미-영 관세 협상 합의 내용에도 들어가 있다. 즉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 면제에는 영국이 공급망 안보 및 관련 생산시설의 소유에 대한 미국의 요구조건을 신속히 충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이는 결국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한 조사 결과(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와 대응 방식을 결정)에 따라 영국이 그 결정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철강과 자동차의 무관세 쿼터가 적용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최근 미-영 관세 협상 결과에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관세 협상에도 이와 유사한 조항을 포함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관세보다 비관세 장벽 위주로 그동안 불만을 가졌던 이슈를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 13년이 지나 상품 관세는 일부 민감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철폐되어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농산물이라도 협상 당시 예외였던 쌀을 제외하면 평균 관세는 3%에 불과). 문제는 비관세 이슈가 해결된다고 해도 미국의 가장 큰 관심인 상품무역수지 적자 해소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론이야 비관세 장벽을 풀면 그로 인해 수입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실제 수입 여부는 비관세 장벽 이외 소비자 수요와 소득을 포함, 다양한 경제 및 비경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결국 미국의 관심은 우리가 미국 상품을 얼마나 더 많이 사서 무역적자 폭을 줄이는 것인지에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의 요구보다 우리의 구매 품목과 투자가 미국에게 훨씬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정곡을 찌르는 협상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특정 품목의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내용의 포함도 신중해야 한다. 영국과 우리는 중국과의 공급망 연계 정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협상은 먼저 초조한 쪽이 손해 보기 마련이다. 중국만큼은 아니더라도 버틸 베짱이 필요하다. 이는 곧 들어설 새 정부에도 해당된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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