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교 칼럼] 속도내는 트럼프, 미적대는 시진핑 …시간은 누구 편

서진교 GSJ 인스티튜드 원장
[서진교 GS&J 인스티튜트 원장]


 
미국의 전방위적 상호관세 압박에 주요국들이 이를 피하고자 앞다투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주 미국 워싱턴DC에서 양국의 재무장관과 통상장관이 참여하는 2+2 협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독 중국만은 미국의 파상적인 관세 공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반응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중국과 협상 중이라고 발언하고 있으나 중국은 그 즉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마치 미국이 중국에 협상을 구걸하는 듯한 모습에 중국은 관심이 없다는 투로 해석될 만큼 이상한 상황이다. 중국은 왜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수백 %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그대로 감수하겠다는 것인가? 최근 미국과 중국 간 밀고 당기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필자가 보기엔 중국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쉽게 나설 것 같지 않다. 이는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약점을 이미 갈파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하여 전 세계를 향해 상호관세라는 미증유의 관세 압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사실 트럼프 관세는 시간 제약이라는 근본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국채 상환 시한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여 상환 또는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미 국채의 규모는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최근 몇 년에 걸쳐 대량 발매된 단기 국채로 트럼프 행정부는 만기 도래 단기 국채를 중장기 국채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국채 수익률(금리) 이다. 국채 만기 연장 시 금리가 단 1%포인트만 떨어져도 연방 정부는 만기 연장에 따른 비용을 수십억 달러 절약할 수 있다. 따라서 만기 도래 이전에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무역적자 축소와 금리 인하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관세 부과에 따른 본격적인 체감 물가 상승이 최소한 가을부터는 나타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그리고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미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난감해질 것이다. 그런데 상호관세의 90일 유예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는 늦어도 8월 중순부터는 나타날 전망이다. 즉 4월 초 적용에서 90일 유예되어 7월 초에 적용되면 그때부터 아시아에서 미국에 도착하기까지 운송 기간(30~45일)을 감안할 때 8월 중순이면 관세 부과에 따른 인상된 수입 가격의 영향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는 2월 중순부터 적용되었으니 이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는 중국산 제품의 인상된 가격을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가을을 지나 연중 최대 소매 판매 기간인 추수감사절과 연말연시에는 미 소비자들이 확실히 인상된 소비자 가격을 몸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락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고, 소득세 감면을 통해 소비자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도 중국산 소비재에 부과된 수백 % 관세 효과를 상쇄시키기는 무리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감수하지 않는 이상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중국과의 협상을 가급적 빨리 늦어도 가을 이전에 끝내기를 원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10년 이상 권력이 집중되는 시진핑 체제의 중국과 4년 선거로 정권이 바뀔 수 있는 미국과의 대결에서 시간 제약이 있는 싸움은 항상 미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편 올가을쯤 주요 소비재의 인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선임자문관이 물러날 수도 있다. 특히 피터 나바로 선임자문관은 대중국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소비재 물가 상승이 빠르게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도 미국과의 협상을 마냥 늦출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고율 관세에 의한 대미 수출 감소가 내수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 시진핑 체제의 불안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주요 국가와의 협상을 끝낸 다음, 중국만 남겨둔 채 중국과 대결에 몰두한다면 그에 따른 피해가 커서 미국과의 협상을 빨리 하는 것만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중국이 미국에 비해 시간상 유리한 입장이긴 하나 중국만 고립무원이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하는 처지이다. 그렇다면 중국도 적절한 시기에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어쩌면 중국이 먼저 미국에 유화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을 은근히 치켜주는 대신 실리를 얻는 중국의 전형적인 전략 중 하나다. 이렇게 본다면 늦어도 6월 중에는 미국과 중국이 본격 접촉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대미 관세 협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 특히 우리는 환율과 한·미 FTA 개정건까지 있어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7월 패키지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니 다음 정부가 들어서야 구체적인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통상당국의 건투를 빌어본다.

서진교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미국 메릴랜드대 자원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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