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인상은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큰 눈, 훤칠한 키, 유려한 말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냄새만큼 강력한 첫 인상 결정 요인이 있을까요.
1930년대 미국의 경제적 대공황을 묘사했던 ‘립스틱 효과’가 최근엔 ‘향수 효과’로 대체되고 있다고 합니다. 경기침체에 대표적으로 자기만족과 소확행을 줬던 립스틱이 향수로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타인에게 주는 첫 인상 결정 요인이 향기라는 것을 방증하는 겁니다. 벌써 25도를 웃도는 날씨에 백화점 향수판매량은 더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비입니다. 향수 냄새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은 입 냄새이기 때문입니다.
입 냄새가 걱정되어 사람을 피하게 된 경험이 있으신가요. 혹은 누군가의 불쾌한 입 냄새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적은요. 입 냄새는 생각보다 흔한 문제입니다. 누구든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냄새나는 음식을 먹고 나서는 입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타인이 인지할 정도로 강한 구취는 문제가 됩니다. 게다가 우리 나라 문화에서는 다른 사람의 입 냄새를 직접 지적하기가 꺼려져서 ‘침묵의 불편함’이 되기 쉽습니다.
치과에서 구취의 진단은 다각적 평가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우선, 문진과 병력 청취를 통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 구취를 느끼는 지와 전신질환의 여부 및 복용 중인 약물을 파악합니다. 치과의사의 직접적인 후각적 평가와 더불어, 구강 내 검진을 통해 혀 표면의 설태를 살펴보고 충치나 치석이 있는 지와 구강건조증 여부도 파악합니다. 그리고 황화합물 측정기(Halimeter, Oralchroma)를 통해 구강 내 세균이 만들어낸 휘발성 황 화합물의 농도를 측정하여 100~150ppb 이상이면 구취로 판단합니다.
치료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구강 내 원인이 있다면 그 원인제거가 우선입니다. 잇몸병이 있는 경우가 가장 흔한데, 스케일링 및 치주치료로 염증을 제거하여 원인을 제거합니다. 충치가 있거나 오래된 보철물이 불량할 경우 치과 치료를 통해 건강한 치아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입마름으로 인한 구취의 경우는 평소 수분 섭취를 늘리고 무설탕 껌이나 타액 분비 촉진 제품 등을 이용해서 침이 원활히 생성되도록 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인공 타액’을 처방합니다.
치과에서 적절한 치료가 끝났다면, 생활 습관 개선도 구취 치료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식후에는 철저한 칫솔질과 치실 사용, 혀 클리너를 사용하여 음식물 찌꺼기나 설태가 쌓이지 않게 해야 합니다. 흡연은 치주질환 및 구취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므로 금연 혹은 절연을 권합니다.
구취의 원인이 비구강적 원인일 때도 있습니다. 편도결석 ㆍ 비염 ㆍ 축농증의 경우 이비인후과, 위식도질환 ㆍ 당뇨 ㆍ 간질환의 경우 내과, 가성 구취(본인은 구취를 느끼지만 타인은 감지하지 못하는 심리적인 경우) ㆍ 구취공포증 등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이 필요합니다.
‘첫 인상은 입에서 나와서 코로 기억된다’는 말처럼, 입 냄새는 사람의 비언어적인 판단 기준에 강력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원인의 대부분은 입 안에서 시작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입이 좋은 인상과 관계의 시작점입니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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