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의 유동화증권(ABSTB) 발행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투자 피해가 발생한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피해자 조사에 착수했다. 발행 당시 홈플러스 측이 기업회생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의로 숨겼다는 의혹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이승학)는 이날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신청 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은 채 단기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를 기망했다며,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와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고소인 명단에는 개인과 법인 투자자 120여 명이 포함돼 있으며,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규모는 약 90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지급불능 상태에 이르기 전 발행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의 발행 배경과 투자자 모집 과정에 중대한 허위·은폐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문제가 된 증권은 홈플러스의 신용카드 매출 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한 만기 3개월의 단기 유동화증권이다. 비교적 안전한 단기 채권으로 인식돼 개인 투자자와 비금융권 법인들이 대거 매수에 나섰지만, 홈플러스 측이 갑작스럽게 채무 불이행에 빠지면서 손실이 현실화됐다.
검찰은 사건 접수 이후 지난달 28일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조주연 대표의 주거지 및 MBK파트너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이달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던 김 회장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휴대전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유동화증권 발행 전 MBK 및 홈플러스 경영진 내부 회의, 외부 채권 평가 자료, 유동화 구조 설계 과정에서 회생 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은폐됐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증권사 및 투자중개인들과의 사전 협의 과정에서 고의적 누락이나 기망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향후 김 회장 등 최고 경영진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 사태의 실체와 책임 소재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검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참고인 조사와 피의자 조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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