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오는 6월 30일부터 1000㎡ 이상 민간 건축물과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설계가 의무화된다. ZEB 5등급은 건물이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에너지로 전체 사용량 중 20~40%를 충당하는 등급이다. 고단열 자재, 고효율 창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적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일부는 직접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미 공공주택에 대해서는 ZEB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미만) 인증이 의무화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규제 강화가 친환경성과 주거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미 자재 가격 등 아파트 건설에 드는 비용이 올랐는데 고성능 자재와 친환경 설비 등을 갖추려면 추가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제로에너지 5등급 수준을 충족하려면 가구당 공사비가 약 130만원(84㎡ 기준)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연간 에너지 비용 약 22만원을 절약할 수 있어 6년 정도면 추가 공사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대체 인정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건설업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추가적인 공사가 필수적인 만큼 평균 공사비는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며 "이미 분양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공사비가 또 인상되면 분양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결국 실수요자 부담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비가 이미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가 더해진다는 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지수는 2020년 이후 꾸준히 높아져 30% 가까이 급등했다. 2020년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월 최고치 기준 2021년 117.37, 2022년 125.70, 2023년 129.34, 2024년 130.39로 계속 상승한 후 올해 3월에도 131.23로 집계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5년 새 약 31.2% 높아진 것이다.
공사비 상승 여파는 건설사 원가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건설 부문 원가를 따로 공개하지 않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평균 공사 원가율은 94.06%로, 전년(92.79%) 대비 1.27%포인트 상승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통상 원가율 80% 수준을 안정적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상태에서 제로에너지 의무화까지 더해지면 건설사는 물론 수요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비용 부담 해소를 위한 인센티브 등 지원책을 통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결국에는 가야 할 방향은 맞다"면서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 추가되는 것은 건설사나 수요자 모두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미세조정과 지원 등을 최대한 분양가 인상 요인과 부작용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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