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분기(1~3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전체 가계 빚(부채)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분기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2분기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가계 빚이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분기 가계부채가 늘어나더라도 7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가 시행되면 하반기부터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국내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하향 안정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2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2조8000억원 많고,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대부업체·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 결제 전 카드 사용 금액(판매신용)까지 더한 '포괄적 가계 부채'를 말한다.
다만 이번 1분기 증가 폭(+2조8000억원)은 지난해 4분기(+11조6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가계신용 중 판매신용(카드 대금)을 빼고 가계대출만 보면, 1분기 말 잔액이 1810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1805조5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불었다. 역시 3분기(9조1000억원)와 비교해 증가 폭은 축소됐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잔액 1133조5000억원)가 9조7000억원 증가했다. 반대로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잔액 676조7000억원)의 경우 4조9000억원 줄었다. 전 분기(-2조6000억원)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된 수치이며 14분기 연속 감소세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연말·연초 주택거래 둔화의 영향으로 증가폭이 축소됐으며 기타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기타대출이 2021년 4분기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유지하는 데 대해선 "스트레스DSR을 시행하면 만기가 짧은 신용대출이 대출 한도 측면에서 주담대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신용대출이 주담대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주택 담보대출의 경우에도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그동안 안 좋아서 감소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아울러 이번 1분기의 경우에는 상여금을 통한 신용대출 상환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출 창구별로는 예금은행에서 가계대출(잔액 974조5000억원)이 석 달 사이 8조4000억원 늘었다. 주담대가 11조5000억원 불어나고 기타대출이 3조1000억원 줄었다.
상호금융·상호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잔액 311조3000억원)은 1조원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감소세로 돌아선 뒤 지난해 3분기까지 9분기 연속 뒷걸음치다가 4분기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다만 증가 폭은 전 분기 대비 축소됐다.
특히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4조2000억원 급증했다. 반대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3조2000억원 뒷걸음질쳤다. 은행권 대출 규제를 피해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풍선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증권·자산유동화회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잔액 524조5000억원)은 4조7000억원 감소했다. 주담대 감소폭이 확대되면서 감소 규모가 확대됐다.
4분기 가계신용 가운데 판매신용 잔액(118조5000억원)은 신용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회사 위주로 1조9000억원 감소 전환했다.

연말·연초 주택거래가 둔화하면서 1분기엔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뎠지만 문제는 토허제 해제 영향이 본격화된 2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가계부채 선행지표인 아파트매매거래량은 서울 기준 1월 3만2000호에서 2월 4만700호, 3월 9만3000호로 폭증했다. 2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2~3월 주택 거래가 늘었던 게 주담대에 3월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주택거래가 많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5~6월 주담대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2분기 일시적 증가에도 하반기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팀장은 향후 가계부채 증가세 전망과 관련해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게 안정됐다"며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작되는 7월 들어 가계부채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총생산(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전망에 대해선 "1분기 가계신용이 전분기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2분기에 상당 폭 증가하더라도 가계부채 비율 하향화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명목 GDP 발표 6월 5일, 가계부채는 7월 8일 발표되는 만큼 정확한 수치는 이후에 알 수 있다"고 했다.
김 팀장은 "가계대출은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부동산 매수심리, 거시경제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 받는다"며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5월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하향 조정, 7월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예정 등 정책 당국의 거시 건전성 강화 기조를 감안할 때 하반기 들어서 가계 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금융 안정 금융 완화 기조는 언제든지 부동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 당국이나 한국은행은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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