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주매출 비중은 공모주의 투자 매력을 분석할 때 반드시 언급될 정도로 공모구조의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 '구주'는 말 그대로 새로 찍어낸 주식(신주)이 아닌, 기존 주주가 가지고 있던 주식을 일컬어요.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기업 상장 과정에서 보유 지분의 일부 혹은 전량을 일반 투자자에게 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신주를 모집한 금액은 회사 자본이 되어 연구개발, 조직 확대, 해외 시장 진출 등에 투자되고 회사 성장성에 기여하지만 구주매출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 자금이 되는 대신 기존 주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지요. 결과적으로 공모 규모가 크더라도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상장이 회사의 성장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공모주의 투자 매력이 감소하게 돼요.
때로는 기존 투자자들의 '엑시트'가 기업의 장기 성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상장 후 주가 흐름이 우수할 것으로 전망된다면 기존 투자자들도 차익 실현 시점을 미룰 테니까요.
높은 구주매출 비중에 상장 계획을 철회한 사례는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2021년에는 시몬느액세서리컬렉션(구주매출 비중 80%)이, 2022년에는 SK쉴더스(46.7%)와 현대엔지니어링(75%)이, 2024년에는 케이뱅크(50%)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으며 상장을 철회했어요. 2021년 상장한 아이패밀리SC는 구주매출 비중이 16.2%였으나 수요예측에서 부진하자 구주매출 계획을 철회하면서 상장을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IPO 대어로 꼽힌 LG씨엔에스도 높은 구주매출에 발목을 잡힌 사례입니다. LG씨엔에스는 상장 주식의 절반이 2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PE)의 구주매출이었어요.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가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상장을 철회한 것과 달리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무사히 상장했으나 이후 3개월이 넘게 단 한 번도 공모가(6만1900원)를 넘어서지 못하며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오고 있어요.
하지만 구주가 안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구주가 있는 이유는 비상장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장기업과 달리 비상장기업은 벤처캐피탈(VC), 사모펀드(PEF), 엔젤투자자 등의 투자를 유치하고 지분을 나누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합니다. 이렇게 투자자금을 조달해주는 투자자를 FI(재무적 투자자)라고 불러요.
FI가 투자하는 목적은 재무적 이익입니다. 비상장 주식은 상장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낮고 투자 위험이 높은 대신 기업이 성장해서 지분 가치가 늘어날 경우 상대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지분 매입과 함께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기업의 재무 정상화 후 재매각(바이아웃)하는 방식으로 엑시트를 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지분만 매입한 투자자에게는 IPO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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