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젊은 여성 기업인 수가 늘고 있다. 일과 가정 두 가지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박창숙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장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힌 뒤 "펨테크 산업은 저출생·고령화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저출산 대안으로 제시한 펨테크 산업과 관련해서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펨테크는 여성(femal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여성의 생리, 임신, 출산, 육아 같은 문제에 첨단 기술을 결합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유망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펨테크산업 육성'이라는 숙제를 받았다 . 그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내년 펨테크 지원 사업 신설을 목표로 정부 지원 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펨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요지.
-여성 기업인이 당면한 가장 큰 악재와 그 극복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내수가 침체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많은 여성 기업이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여성 기업은 대다수가 수출 경험 없이 내수에 집중돼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내수시장이 포화 상태인 상황에서 수출 확대와 신시장 개척은 중요한 돌파구다.
젊은 여성 기업인 비중이 적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 20~30% 정도에 불과하다. 40~50%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야 별로 살펴봐도 제조업 비중이 적고 기업 승계자들도 여성보다는 남성에 치우쳐 있는 점도 문제다."
-펨테크 산업 육성 방안을 제시했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32살에 사업을 시작해 하루 20시간씩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 40대 초반이 될 무렵 건강이 나빠졌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 기업인들의 건강을 책임질 기술 기반의 사업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한 결과 펨테크 산업을 육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반면 펨테크 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제도적 기반은 매우 부족하고, 관련 통계나 연구자료조차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민간이 함께 펨테크 생태계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펨테크 산업의 국내외 현황과 업계 전망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여성 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검토·조율하고 있다."
-여성 기업인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충분한가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 속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특히 여성 기업은 남성 기업보다 여성 근로자 고용률이 2배 이상 높아, 여성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여성 근로자를 위한 임신·출산·육아 지원 제도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지만 여성 기업 대표들은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제도 밖에 놓여 있다.
특히 2~30대 젊은 여성 기업인들은 창업과 성장의 한가운데서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경영 공백을 감당하지 못해 기업을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가 차원의 인재 손실과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진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애 주기적 경험이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는 여성 기업인이 경영을 중단하지 않고,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새 정부가 여성 기업인을 위해 신경 써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첫째, 여성 기업인이 임신·출산·육아 시기에도 경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세금 납부기한의 유예 또는 연장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재기중소기업인에 대한 납부고지 유예’와 유사한 방식으로, 현실적이고 꼭 필요한 조치다.
둘째, 공공직장어린이집 입소 시 여성 기업인의 자녀도 2순위 입소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현재는 부모 중 1인이 근로자인 경우에만 해당되는데, 정작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동을 주도하는 여성 기업인은 ‘CEO’라는 이유로 이 기준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여성 기업인이 일도 가정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때다. 새 정부가 여성 기업인의 현실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재 국내에서는 여성경제연구소가 유일하게 여성 기업을 전문적으로 조사·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그 규모가 작고 예산이 부족해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여성경제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확대해 보다 체계적이고 정밀한 연구를 수행하고, 여성 기업의 현실과 과제를 정확히 진단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높은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차기 정부가 여성 기업을 국가경제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정책 기반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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