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삼성 반도체의 현주소와 경쟁력 하락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데 몰두했다. 취임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는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내놨다. 반성문에는 근원적 기술 경쟁력의 복원,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도전 정신, 조직문화 재건 등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전 부회장은 실적이 크게 개선된 지난해 2분기 실적 발표 당시에도 구성원에게 "2분기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며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 하락이 부서 간 소통의 벽(사일로 현상), 관료화된 조직의 느린 의사결정, 과도한 보고 문화 등으로 특유의 토론 문화가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전 부회장은 토론 문화 부활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신(新)조직문화'(C.O.R.E. 워크) 조성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총 5번에 걸쳐 DS부문 전 임원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실행 중심의 리더십 △조직 간 협력 △디테일 경영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고객 니즈(요구)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HBM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 경영진과도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 출장 등을 통해 빅테크들과 적극 소통하며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다만 HBM 공급 확대와 파운드리 수익성 개선 등 남은 과제도 여전히 산적해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4%에 그치며, HBM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36%)에 처음으로 1위를 내줬다. HBM 판매 감소 여파 등으로 1분기 메모리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7%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 공급망에 본격적으로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전 부회장은 앞서 3월 주주총회에서도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5세대인 HBM3E 개선제품의 샘플을 공급한 데 이어 6세대 HBM4 개발과 공급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경우 1위인 대만 TSMC와의 반도체 매출 격차가 이미 10조원 이상 벌어진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양산이 시작될 2나노 공정을 필두로 전반적인 공정 완성도를 높여 고객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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