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의 미래 승부수는… '삼성 AI 밸류체인' 구축

  • 2주 만에 대형 M&A 잇따라 추진

  • AI 데이터센터 필수 공조사업 확장

  • "수직적 통합 통한 밸류체인 일환"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하는 인수합병(M&A) 퍼즐이 삼성만의 인공지능(AI) 밸류체인 구축으로 맞춰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기업을 인수하며 9년 만의 조단위 M&A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14일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을 15억 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주 만에 들려온 대형 M&A 소식이다.

2016년 하만 인수(약 9조원) 후 삼성전자가 중량감 있는 M&A 건을 잇따라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등이 불거진 탓에 예상 밖 소극적인 행보가 지속됐다. 하지만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2심 무죄 선고로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다시 공격적인 M&A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플랙트 인수는 9년 만에 이뤄진 조단위 M&A로, 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에도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북아메리카'를 설립하는 등 그간 공조 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지만 가정용 등 중소형 분야에 국한됐던 게 사실이다. 반면 플랙트는 공장이나 상업시설 등 중앙공조 시장에 강점을 지닌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플랙트는 최근 생성형 AI와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의 확산으로 수요가 폭발 중인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AI 인프라 확충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옥스퍼드 시멘틱테크놀로지 인수 등 로봇과 AI를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올해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로봇 AI와 휴머노이드 분야의 국내외 우수 업체, 학계와 협력하고 유망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수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경우 2023년 8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한 후 지난해 말 콜옵션 행사로 최대주주에 오르며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자사의 AI 역량과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모바일과 TV, 가전 등 핵심 사업에도 AI 기능을 강화하며 독자적인 AI 밸류체인 구축에 주력하는 상황이다. 이번 플랙트 인수도 단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스마트홈, 스마트팩토리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한 행보다.

플랙트가 강점을 가진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용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낙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삼성전자 AI 밸류체인의 대미를 장식할 품목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SK하이닉스와의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상황이라 반등이 절실하다. HBM3E(5세대) 시장에서는 이미 고배를 마신 만큼 HBM4(6세대)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HBM4E(7세대) 대응을 위한 투자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조 사업은 AI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밸류체인의 일부로 볼 수 있어 (삼성전자가) AI 분야 역량을 키우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당장의 성과보다는 수직적 통합을 통한 밸류체인 구축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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