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식료품을 비롯한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물가가 가파르게 오른 가운데 노인 요양 시설이 식비 급등으로 적자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8일 NHK에 따르면 일본 내 고령자 시설 및 재가 요양 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10개 단체가 1만1200여 개 소속 시설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 및 물가 상승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1월 기준 평균 식비 지출이 367만8000엔(약 354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작년 같은 시기보다 10% 이상 오른 수치다. 이 중 식재료비는 126만3000엔으로, 같은 기간 15% 이상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 측은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고, 요양 시설 입소자에게 제도상 식비 추가 부담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식비 증가가 시설의 경영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가시 겐타로 전국노인요양시설협회 회장은 "매일 세 끼를 제공하는 특별양호노인홈은 특히 식비 상승이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토시에 위치한 한 특별양호노인홈(노인 요양 시설)은 지난해 1년간 식비가 5500만엔을 넘었고, 특히 최근 3년간 250만 엔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미국의 관세 영향과 쌀값 폭등 여파에 지난 3월 쌀 구입비가 전년 동기 대비 1.5배, 양배추는 2.3배 급등했다. 이 시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작년 가을부터 혼합미 사용, 고기 요리 축소, 달걀·콩 요리 비중 확대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적자 해소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NHK에 전했다.
또한 야마가타현 덴도시에 위치한 한 노인 요양 시설은 식비 절감을 위해 급식·외식용 식재료를 대량 조리·반조리해 공급하는 '센트럴 키친'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방식으로 비용을 10% 줄였지만 물가 상승의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가운데 식비가 2년간 720만엔이 늘었다. 해당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이토 준야 시설장은 "식비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광열비도 급등하고 있어 시설 유지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요양 시설의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료품 등에 대한 소비세 감세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소비세를 낮추게 된다면 세수 부족으로 다른 정부 프로그램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2024년 일본 정부의 세수 총액은 약 69조 엔(약 664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세목 별로 보면 소비세(34.2%), 소득세(25.7%), 법인세(24.5%) 등의 순이다. 따라서 소비세가 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소비세로 얻은 수입을 의료, 간호, 연금, 육아 지원 등 사회보장에 사용하고 있는 만큼 소비세 감세 시 이를 대체할 재원이 없는 상황이다.
유우키 야스히로 슈쿠토쿠대학 교수는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현재의 경제 상황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으면 요양 현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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