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 지평선 너머로 붉은 발사체들이 포착됐다. [사진=AP·연합뉴스]
‘비공인 핵 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중재로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이에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극단으로 치닫던 양국 간 갈등이 가라앉는 듯했지만 휴전에 돌입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포성이 울렸다. 양국은 서로가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어 군사적 긴장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이 이날 휴전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온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카슈미르의 인도령 지역과 파키스탄령 지역에서 다수의 폭발음이 보고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격용 드론이 목격되고, 포격으로 인한 불꽃이 관측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서로를 향해 휴전협정을 어겼다며 핏대를 세웠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부 차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오늘 이뤄진 합의가 반복적으로 위반되고 있다”며 “파키스탄에 이 위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파키스탄 외무부는 “파키스탄은 휴전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몇몇 지역에서 인도가 휴전협정을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책임감과 자제력을 가지고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양국의 휴전 합의가 계속 지켜질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하르쉬 판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앞으로 어떤 테러 행위가 또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정치 평론가인 야쉬완트 데쉬무크도 아직 상황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며 국경 인근에서 추가 교전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속에 무력 충돌이 격화한 지 사흘 만인 이날 휴전에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양국 당국자들과 직접 만나 휴전과 확전 자제를 촉구했고, 중국도 양국에 자제를 요청해 왔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양국에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해 달라며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평화를 위한 직접 대화를 촉구했다.
미국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이 양국 지도자들과 잇따라 접촉하는 등 물밑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긴 협상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양측의 휴전 소식을 처음 알렸다. 그는 또 “논의된 적 없지만 나는 이 위대한 국가들과의 교역을 크게 늘릴 것”이라며 인도·파키스탄과 교역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은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일어난 총기 테러가 발단이 된 것으로, 이후 규모가 확대되면서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두 나라는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을 두고 포격과 드론 공격을 주고받은 가운데 양국에서 수십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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