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청년 승계농, 농촌의 미래를 잇다

정진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 정진영 과장
청년(靑年), 단어만 떠올려도 마음이 설렌다. 누구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인 청년기에는 미래를 설계하고 도전과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성장한다. 지금 우리의 자녀 세대가 그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 깊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게 된다. 과거 우리 세대가 겪었던 어려움을 청년 세대가 조금이나마 덜 겪기를 바라는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승계(承繼)는 '선임자의 뒤를 이어받음',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의무를 이어받는 일'을 의미한다. 농업 분야에서 승계는 청년의 성공적인 영농 정착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한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영농승계 비율이 1%만 상승해도 약 1만 농가를 추가로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젊은 농업인들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양자인 부모로부터 영농기술, 노하우, 사회적 네트워크 등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을 이어받는 청년 승계농들은 신규 청년 창업농보다 토지(시설) 확보, 운영, 규모화, 지역사회 적응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이점이 많다. 하지만 부모의 의사결정에 종속되거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갈등을 겪고 농촌을 떠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청년 승계농 육성이 성공적인 영농 정착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역시 많다.
 
청년 승계농과 부모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애로사항을 이해하며 숙련 기술을 공유하는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호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청년 세대의 신선한 감각, 새로운 정보와 만나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승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문제의 원인을 세심히 분석하고 성공한 선도 농가의 사례를 참고해 체계적인 승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승계과정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축산분야에서도 농가 수 감소 및 고령화에 대응하고 일정 수준 이상 축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청년 승계농 육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승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애로사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고 원활한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축산 청년농업인 육성 거점지역' 운영과 '축산 영농승계 성공·실패 사례 발굴' 등을 통해 축산 청년 승계농의 기술, 자금, 경영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돕고 있다.
 
소설 <데미안>에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어미닭은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데 작은 도움만 주고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축산 청년 승계농들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부모님과의 큰 갈등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우리 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청년 승계농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 세대와 관련 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 이들이 농업의 새로운 중심이 되어 지속 가능한 농업과 활기찬 농촌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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