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당원 대상 투표에 본격 착수했다. 조사 문항에는 단일화 필요성과 구체적 시기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일 당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전국위원회(8~9일), 전당대회(10~11일) 일정을 논의없이 의결했다. 전날 당 수뇌부가 김 후보를 직접 설득하기 위해 자택을 찾았음에도 만남이 불발되자 모든 가용한 수단을 끌어모으는 전방위적 압박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저녁 김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독대가 예정된 가운데 지도부는 3일 연속 의원총회를 열고 김 후보가 협상 테이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서 "오늘 두 분이 단일화 로드맵을 확정 지어 줄 것을 간곡히 엎드려 부탁한다"며 "이제 더는 시간이 없다. 반드시 오늘 안에 단일화를 확정지어야 한다. 승리를 위한 단일화는 김 후보님께서 한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전날 밤 언론 공지를 통해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통첩한 뒤 모든 유세 일정을 취소, 잠행을 이어갔다. 당 지도부의 의총 참석 요청을 거절한 김 후보는 이날 경선 상대였던 나경원·안철수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당의 무리한 압박에 대한 불쾌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런 상황을 몰고 온 건 지도부 책임이 제일 크다. '친윤(친윤석열)계 배후설'도 충분히 의심할만하다"며 "단일화에 실패하면 '쌍권'(권영세-권성동)은 다 사퇴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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