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값싼 중국의 종말' …최대 피해자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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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중국비지니스학과 교수
입력 2024-04-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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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총선 정국으로 국내 열기가 뜨겁지만 나라 밖을 보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혼돈의 매듭이 풀리지 않고 있다. 본격화되고 있는 미국 대선 레이스가 글로벌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은 나토(NATO) 동맹을 중심으로 방위비를 대폭 늘리는 자구책을 강화하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국가는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전방위로 확대한다. 저가 중국산 상품에 대해 관세를 높이는 것을 비롯해 범용 혹은 구형 레거시(Legacy) 반도체에까지 규제를 추진 중이다. 중국은 미래 첨단 기술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행보를 멈추지 않는다. 또한 미국 대선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경제 영토 확장에 열을 올린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안보·경제 확장력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과 같이 하나의 대오로 러시아에 맞서고 있지는 않지만 각국이 중국의 위협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 전전긍긍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안보는 차치하고도 중국의 공세로 인한 경제적 위기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상품이 설 자리는 갈수록 없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중국 상품 출현이 계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양국 시장에 그치지 않고 제3국 시장에서도 중국산 진출 확대로 기존 한국산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위축될 조짐마저 보인다. 주력 수출 상품인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가전에 이르기까지 중국산이 폭풍 질주하면서 수출 시장에서도 적신호가 깜빡거린다.
 
우리를 움츠리게 하는 것은 중국 기술력이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저가 싸구려라는 인식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단순 생산기지 혹은 세계의 공장이라고만 평가하는 것이 순진하고 일차원적 평가라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對)중국 전략 컨설팅 기업 차이나마켓리서치그룹(CMR) 창업자인 숀 레인은 2012년 저서 <값싼 중국의 종말>에서 중국 상품이 세계 시장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예고대로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자국에서 검증받은 프리미엄 상품을 세계 시장에 속속 내놓으면서 기존 지형을 크게 흔든다. 저렴하다는 것에 더해 가성비를 장착하여 해외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다가간다.
 
이러한 중국산의 파죽지세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상품이 한국산이다. 그러나 중국산이 이렇게 치고 올라오기까지 한국 기업이 이에 대한 경계나 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방조하거나 등한시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중국의 부상을 도와준 최대 협력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기업들은 30여 년간 중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저버리지 못한 채 언젠가 올 최악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서 중국 시장을 침소봉대하고, 심지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피해를 보는 수모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눈치를 본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시장 판도 변화를 애써 무시하거나 수수방관한 측면이 강하다.
 
이제라도 치밀한 대책 세워야
 
최근 뒤늦게 상황이 위중함을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골든타임을 한참이나 놓친 상태에서 지금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런 한·중 관계는 한·일 관계와 곧잘 비교된다. 일본은 상당수 주력 상품의 선두 자리를 한국 기업에 내주었어도 자국이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이 한국에 넘어가지 않게 차단막을 견고하게 유지했다. 현재까지도 일본산 핵심 소재 혹은 부품 수입이 줄지 않으면서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너무 무사안일하고 태만하다. 기술에 대한 방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인재까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속수무책으로 일관했다. 자동차·IT·가전·화장품 등 전 산업에 걸쳐 이루어졌다.
 
아직도 중국 시장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최대 수출 시장이자 여전히 한국 기업이 중국에 많이 진출했다는 점에서 하루아침에 발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중국에 연연할수록 더 애가 달고 딜레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허다하게 목격한다. 반면에 중국 정부나 기업은 이제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에 관한 관심을 거둬들이고 있다. 수년 전과 확연히 다르게 양국 간 교류에 대한 열기가 빠르게 식었다. 그만큼 기대치가 없어졌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한편 발 빠른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 대한 가중치를 낮추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중국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움직인다. 중국 시장에 연연하는 것이 기업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기인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산의 부상은 단지 중국이나 한국 시장에만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해야 할 정도로 급변하였다. 중국 기업은 단순 수출뿐만 아니라 해외 생산을 확대해 나가는 공격적인 대형을 갖추고 있다. 기술력이나 고급화로만 대응하기에는 중국 상품과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중국산 진출 확대로 지구촌 대부분 나라에서 관세를 올리는 등 수입 장벽을 높이는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한국 상품의 시장 잠식으로 일본 경제가 30년 이상 휘청거린 것과 유사하게 이제 중국 상품의 부상으로 한국 경제가 요동칠 절체절명의 시기가 되었다. 이를 더 간과하면 수출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위세가 크게 꺾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력 시장과 상품을 재점검하고 종합적인 처방이 나와야 한다. 중국에 '셰셰'나 하면 된다면서 한가하게 마치 남의 일처럼 우스개나 하고 있을 처지인가 되묻고 싶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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