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친중 반일 프레임 이번 선거판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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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입력 2024-03-2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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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그냥 지나가나 싶더니 이번 선거판에도 여지없이 중국과 일본 등 이웃과의 이슈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거침없이 이를 끌어들여 군중을 오도하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지 못한다. 특히 진보라고 자처하는 좌파 측이 단골 메뉴로 반일(反日) 감정을 부추기면서 중국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낸다. 선동적이지만 유권자의 말초신경을 자극해 역대 선거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야당 대표가 선거 유세 중 중국·대만 양안 문제에 대해 집적거릴 필요 없이 그냥 '셰셰(고맙다)'만 하면 된다고 한다. 또한 총선의 성격을 신(新)한·일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일본과 현 정부에 대한 친일 몰이를 시작했다. 작년 대중(對中) 무역적자도 외교적 실패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평가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집권 여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 심기도 매우 불편하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에 대한 세간의 여론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중국에 대해서는 우호적이기보다 비호감도가 급속하게 확산하는 추세다.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를 보더라도 한국인의 80%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중(反中) 정서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고 대부분 서방 국가에서 보이는 보편적 현상이다. 중국이 자국 경제나 안보에 도움이 되기보다 갈수록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실제로 한국 경제가 근년 들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가 중국의 급부상에 기인한다는 것을 기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개인도 실시간으로 실감한다. 반면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호감도는 44%로 2년 연속 최고치를 보인다.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도 10년 만에 최고치인 37%를 웃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중국 정부나 기업의 한국에 관한 관심이 급속히 냉각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인 시야에서 한국이 잘 보이지 않는다. 계산법이 워낙 뛰어난 그들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의 경제적 가치가 효용이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에서 비롯된다. 지난 30여 년간은 한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시기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성이 없어졌다.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중국 내에 자체 공급망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해외시장에서는 한국과 대등하거나 우월적인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을 찾는 중국 기업인이나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와도 연결된다. 중국 내수 시장 침체에 따른 초저가 중국 상품 디플레이션 수출로 한국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도 하다.
 
현 정부 들어 반전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민간 교류 확대로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 양국 기업 간 교류는 아직 수면하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는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일본 열도 어디를 가도 한국인으로 넘쳐난다. 엔저에 따른 가성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치 않다. 국내 관광이 관광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어서 이 같은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씁쓰레할 정도다. 이에는 미치지 않지만 일본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1위가 일본인(232만명)으로 중국인(202만명)을 넘어섰으며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 이슈 꺼내 들면 오히려 마이너스
 
이처럼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어제의 잣대로 오늘을 재단하는 것이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가 간 이해가 기업이나 개인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을 가운데 둔 글로벌 경제 전쟁이 거세다. ‘자국 우선주의’의 경제 전쟁이 불을 뿜는다. 이에 비례하여 안보 지형은 신(新)냉전으로 치닫는다. 어떤 국가라도 처해 있는 환경이나 정세를 오판하여 원칙을 벗어난 노선을 결정하면 이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판세이다. 국익의 원천은 시대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처지에서 보면 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국가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중국에서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이 없으면 당연히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중국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부류들이 수두룩하다. 타성에서 빠르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상대는 냉담하게 바뀌고 있는데 우리만 구애를 보낸다고 해서 반전의 물꼬가 트이지 않는다. 한·중 관계가 이처럼 바뀐 것은 시장의 논리에서 풀어야 한다. 상호 보완적인 부문은 현격히 줄고 경쟁적인 부문만 무한정으로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충돌한다.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와야 하는데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애로다. 서로 주고받을 것이 있어야 상대에 대한 매력도가 커질 텐데 그러한 요소들이 빠르게 없어지고 있다.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져 다른 쪽을 애써 외면한 우리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 다시 매력도가 올라가야 자연스럽게 교류가 늘어난다.
 
단언컨대 이번 선거판에 예전과 같이 중국과 일본 이슈를 꺼내 들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부 국민 정서가 판이해졌다. 그리고 이런 저질 정치로 몰고 가려는 진영에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하며 이는 유권자가 판단할 몫이긴 하다. 시시각각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에 눈과 귀를 막고 품격을 저버리고 막말을 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배격해야 한다. 가만히 있는 중국이나 일본 등 이웃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것은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기간이라도 상대에 대한 비방이나 인신공격을 멈추고 민생을 포함한 정책 경쟁을 보고 싶다. 선거가 국가에 실(失)이 되지 않고 득(得)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리에겐 아직도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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