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칼럼] 미래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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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입력 2024-03-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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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



한국전쟁의 포연이 걷히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하여 한·미 간에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지 70여 년이 경과하였다, 이 조약 체결로 한·미 동맹이 형성되었으며 한·미 동맹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동맹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사상 보통 양국 간 동맹의 평균수명은 5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한·미 동맹은 70년을 장수한 드문 동맹의 하나로 기록된다.
 
한·미 동맹은 우리 안보를 지켜줄 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미 동맹이 체결되기 이전 70년 동안 한반도에서는 전쟁이 다섯 번 발발하여 국토가 유린되었고 동북아 세력 균형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체결한 이후 70년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았고 동북아 지역에서도 안정이 유지되고 있다.
 
한·미 동맹이 체결될 당시 한·미 간 국력 격차가 엄청났기에 양국은 후견자-피후견자 관계 속에서 동맹을 맺었다. 일반적인 동맹은 양국이 상호 안전 보장이란 동종의 이익을 교환하는 데 비해 한·미 간에는 다른 이익을 교환하였다. 한·미 동맹은 체결 당시부터 본질적으로 비대칭적 동맹이며 우리는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 전략적 자율성이 제약당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런 까닭에 처음부터 줄곧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에 연루될 위험성을 걱정하였고 우리는 미국의 보호막에서 방기될 위험성을 걱정해야 했다.
 
한·미 동맹 덕택에 우리는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어 우리 경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로 발전하였으며 또한 민주화도 달성하였다. 그 결과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였던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총아로 발돋움하였다. 이런 한국을 미국은 동맹의 성공 사례로 여기고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한·미 동맹의 성공담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한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몇 가지 점을 짚어 보아야 한다.
 
우선 미·중 간 전략적 갈등이 심화되고 미국이 변화하는 가운데 만약 트럼프가 다시 집권한다면 그 뒤에도 한·미 동맹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를 짚어 봐야 한다.
 
동맹의 신뢰성, 즉 전쟁이 발발한 경우에도 동맹이 실제로 작동하느냐에 대해 연구한 학자가 있다. 사브로스키는 1816년부터 1965년까지 맺은 동맹 공약이 전쟁 중 잘 이행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177개 동맹국 중 48개국만 동맹 의무를 이행하였고 108개국은 중립 정도는 유지하였다. 그러나 반대로 21개국은 동맹을 배신하고 반대편에 가담한 사례도 존재하였다. 연구 결론은 막상 전쟁이 발발하면 동맹이 정상 작동할 가능성은 반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한·미 동맹은 NATO와 같은 자동개입 조항도 없고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의 헌법 절차에 따라 의회 승인을 받아야 미군이 참전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휴전선에 주둔하고 있을 때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였다고 하나 평택으로 재배치된 이후에는 그 효과도 반감되어 버린 상태다. 이런 한·미 동맹의 작동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미국 당국자의 발언만 믿지 말고 동맹의 작동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남북한 간 무력 충돌에 연루되는 것을 회피하는 정책을 동맹 조약 체결 이후 계속 견지해왔다. 지난 50년간 6차례 북한의 도발에 대해 미국은 확전 방지에 초점을 두고 사태를 수습하는 데 급급한 면이 있었다. 미군 장교 2명이 처참히 살해된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때에도 우리 측 응징 결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충돌 원인을 제공한 미루나무만 절단하는 상징적 조치로 분풀이하는 데 그쳤다. 과거 소규모 재래식 충돌에 대한 보복도 회피한 미국이 현재 우리에게 확장 억제를 약속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였을 때 미국이 동맹 의무에 띠라 핵무기를 사용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과연 미국의 대도시가 북한 ICBM 공격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확장 억제가 자동 발동될 것인지에 대해 한국인 의구심은 점증하고 있다. 특히 올 11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미국이 엄격한 재평가를 할 것으로 예상되어 우리의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월 ‘NATO 회원국이 방위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러시아의 침공을 장려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하여 회원국들을 긴장시켰다. 사실 유럽 회원국들이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할 의무는 없으니 트럼프의 요점은 각국이 미국에 의지하지 말고 국방비를 증액하여 자주국방 태세를 갖추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집권 여부를 떠나서도 미국의 패권 쇠퇴 현상을 감안할 때 한·미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시점이 어차피 왔다. 한·미 양국은 후견-피후견인 관계를 벗어나 이제 대등한 안보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미국의 일방적 보호를 받는 자세에서 벗어나 미국을 도울 수 있을 때는 돕겠다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 동맹 발전을 위해 세 가지 방안을 꼽을 수 있다. 첫째, 동맹으로서 우리의 효용성과 신뢰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 방위비 분담금 상향 조정 2)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합동훈련 참가 3) 한·미·일 공동방위 태세 확장 4) 한·미 간 방산장비 공동 생산’이라는 카드를 우리가 미국에 선제적으로 제시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한·미 상호방위 조약의 지리적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한·미 동맹이 북한 침공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방위조약 원문을 보면 ‘태평양 일원에 있는 당사국의 행정관할 구역에 대한 공격 시 동맹 의무가 상호적으로 발동’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괌 미군기지가 타국에 의해 공격을 받았을 때 우리가 그 공격국에 공동으로 대항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가능성에 대한 국내적 인식과 준비태세를 지금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 동맹의 공동 위협에 대한 인식이 당사국 간에 달라지면 동맹은 당연히 약화된다. 미국은 태평양 지역 내 안보 위협 대상국으로 북한을 넘어 중국을 지목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동맹의 적용 범위도 한반도를 넘어 태평양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사실 2003년부터 미국은 한·미 간 미래 동맹 사안 협의 시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의 남침에 대한 억제자보다는 지역의 안정자 역할로 변경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셋째, 우리의 핵 잠재력 확보를 미국에 요구하고 이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등을 개정하여야 한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미국의 자동 개입이 불확실해진다면 최후의 생존 수단을 우리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북한의 핵 위협을 우리 혼자 방어할 수 있을 때 미국에 대한 의존성이 완화되어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미국이 알게 해야 한다. 강해진 한국은 동북아 지역 안보지형 전체 구도상 미국에도 유리한 면이 있으므로 미국을 설득해 볼 만하다..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의 자세 전환이 없으면 트럼프 집권 후 분담금 증액이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 카드가 우리 앞에 날아들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입장은 개인의 소신이라기보다는 약화되는 미국의 지위를 인식한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한·미 동맹의 역할을 일방적에서 쌍무적 관계로 재조정해 나가야 동맹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트럼프가 집권한 후 동맹 경시 경향을 드러낼 때 미국 정부에 앞으로 중·러 등 권위주의 진영과의 경쟁은 동맹 결성 또는 동맹 와해라는 세력 경쟁 게임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자유주의 진영의 동맹국이 없는 미국은 벌판에 홀로 우는 늑대 신세가 될 것이다. 동맹 의무를 쉽게 포기하면 미국은 유라시아 대륙은 물론 서태평양에서도 후퇴가 불가피해 고립된 국가가 된다. 이런 지정학적 세력 경쟁 구도를 미국이 이해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지정학 게임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울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새로운 70년간 미래 동맹이 제대로 작동될 것이다.



이백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독문학과 △주미얀마 대사 △국회의장 외교 특임대사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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