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금융산업 활용 AI 알고리즘도 공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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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4-03-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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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에서 AI 도입 움직임 확산세

  • 맞춤형 자산관리, 보험·카드 추천도

  • 자본시장硏 "시장 위험 증가 우려"

  • AI 학습 데이터, 알고리즘 공시해

  • 사용자 기술 이해도 높일 필요 有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서 거대 언어 모델(LLM) 기술이 발전하고 금융 산업에 LLM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2020년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금융산업 참여자의 77%가 AI를 금융산업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했고 2022년 엔비디아 조사에 따르면 금융산업 참여자 75% 이상이 AI를 활용하기 위해 고성능컴퓨팅이나 머신러닝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24 아시아태평양금융포럼(APFF)에서 특별강연을 맡아 "AI가 금융 분야로 들어올 것은 필연적일 뿐아니라 이미 시작된 일"이라면서 "미국 뉴욕에서 프라이빗에쿼티(PE)나 투자은행(IB)은 모든 투자 분야에서 AI 기반 평가와 투자 결정을 하는 흐름이 4~5년 전 형성됐다"고 언급하기도 했지요.

국내 은행·카드·보험·증권 업종도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기술 기업과 사업 협력에 나서거나 IT 인재 확보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활발한데요. 일례로 AI 기반 포트폴리오 구성과 맞춤형 투자자문을 의미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수요가 늘면서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선 지난달 기준 서비스의 운용 규모가 2800억원 가까이 형성됐어요. 이 시장에 진출한 핀트(KB증권 등과 제휴), 파운트(하나은행과 제휴), 콴텍(한국투자증권과 제휴)이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과 솔루션을 금융사에 제공 중이죠.

네이버는 AI 기술을 활용해 자산관리뿐 아니라 예적금과 대출·보험까지 비교하며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금융 플랫폼을 지향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카카오는 마이데이터 카드이용내역 정보를 분석해 맞춤 할인·적립 혜택을 주는 카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간편결제 서비스 '토스'를 금융 슈퍼앱으로 키우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자회사 토스증권은 2021년 출범 이후 3년 만인 2023년 첫 연간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달 말까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데이터·엔지니어 등 분야별 경력직 인재를 대거 채용하기 위해 나섰죠. 모두 알고리즘 기반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 강화로 이어질 행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금융시장 참여자별 AI 활용 사례 및 리스크 요인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금융시장 참여자별 AI 활용 사례 및 리스크 요인 [자료=자본시장연구원]

AI 알고리즘 활용에 따른 근원적인 리스크가 있고, 이로 인한 영향을 서비스 이용자와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데요. 리스크와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금융사 AI 활용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이슈보고서 '금융산업에서의 AI 활용 방안에 따른 리스크 요인 분석'에 담긴 메시지입니다. 이 보고서는 "AI 기술 개발 경쟁과 이에 따라 높아진 금융산업 참여자들의 관심 이면에 낮은 기술적 이해도와 이에 따른 시장 위험의 증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보고서는 AI의 활용에 따른 근원적 리스크 요인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대적인 AI의급속한 성장은 데이터의 외연적 확장과 알고리즘의 발달에 힘입어 이루어졌는데, 이는 각 요소에 대응되는 근원적 리스크 요인으로서 데이터의 정보적 연관성과 결과의 해석 가능성의 저하라는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금융시장의 참여자별로 살펴보았을 때, 과거 데이터의 편향성으로 인한 예측 오류, 생성된 결과물의 자의적 해소, 과소 추정 또는 거짓 양성반응으로 인한 효율성 감소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이어 텍스트 분석 모형을 가공하고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2022년 사이 있었던 112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회의록을 분석하는 사례를 함께 제시하면서, "(데이터를 처리한 결과를 해석하는)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한다"며 "AI가 생성한 결과는 많은 경우 배경지식을 가진 인간의 해석이 필요하며 따라서 AI 개발자와 금융, 경제 전문가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전제돼야 그 활용성이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AI의 활용에 따른 근원적 리스크 요인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요. 우선 첫 단계로 "머신러닝 기반 AI의 핵심 요소인 학습 데이터와 알고리즘에 대한 '공시'를 통해 사용자의 기술적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 점이 눈길을 끕니다. 이는 반드시 금융감독원(DART)이나 한국거래소(KIND)의 공시 채널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하지는 않지만, 투자자에게 중요한 사항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높은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런 공시 채널에 게재할 것이 전제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KIND에 따르면 공시란 "상장법인으로 하여금 자사주식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업내용의 정보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투자자가 기업의 실체를 파악하여 투자자 스스로의 자유로운 판단과 책임하에 투자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증권시장내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 공정성을 확보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한다고 하지요. 장차 금융사가 채택하고 활용하는 학습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의 특성이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된다면, 이 또한 요건에 맞춰 공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는 금융사 또는 AI 기술을 제공하는 개발 조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상장사의 공시가 갖춰야 할 기본 요건에는 신속성·정확성뿐 아니라 "정보내용 이해의 용이성"과 "정보전달의 공평성"이라는 항목이 있기 때문인데요.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AI 알고리즘에 대해서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평이한 표현을 쓰면서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쓸 수 있을 것인가, 이 정보를 모든 투자자에게 공평하게 널리 전달해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 되겠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는 이밖에 "감시체계를 통해 데이터 수집 과정과 학습 알고리즘의 복잡성 및 불투명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AI의 결과물에 대한 법적 책임과 규제 체계의 확립은 잠재적 위험을 내재화해 책임 있는 AI의 개발 및 활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결론에서 "AI 관련 기술은 금융산업의 운영 효율 제고와 금융위기 확산이라는 양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며 "순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참여자 사이 소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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