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기의 핀스토리] 한국에서 더 비싼 비트코인…'김프'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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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4-03-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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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시세와 차이 벌어져

  • '크립토 스프링' 오면서 8%대까지 올라가

  • 자본이동 어려워 차익거래 번거롭기 때문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원화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의 가상자산 시세 전광판에 대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의 원화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1억원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김치 프리미엄(김프)’도 같이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사려면 해외에서 살 때보다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 또는 가상자산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보다 비싸게 팔리는 현상이나 그 차액을 뜻한다. 김치 프리미엄이 오른다는 것은 현재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외국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1억원 뚫은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도 8.2% 수준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7만3526달러(약 9687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같은 시간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은 1억484만원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약 8.2% 더 비싼 셈인데, 이는 다시 말해 8.2%의 김치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에 김치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다. 최근 김치 프리미엄에 대한 관심은 가격 차이가 발생해서가 아니라 그 격차가 약 3년 만에 최고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김치 프리미엄은 2021년 5월 30일(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높다는 것은 현재 비트코인 상승장에서 해외 투자자들보다 국내 투자자들의 열기가 더 뜨겁다는 의미다. 시장별로 비트코인 수요와 공급이 달라 국가별로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업계는 시장이 달아오를수록 김치 프리미엄은 더 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상 이 수치가 5%를 넘으면 시장이 과열됐다고 본다. 2021년 상승기에는 한때 20%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급등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을 고려한 투자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비트코인 자체도 변동성이 큰데 추후 하락장에 접어들면 김치 프리미엄이 빠지면서 낙폭이 더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암호화폐 투자가 위축됐던 ‘크립토 윈터’ 시기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0%대에 머물렀다.
 
차익거래 발생 어려운 구조 탓에 초과수요가 가격 差로 이어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가상자산 업계는 김치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로 초과수요 현상을 꼽는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초과수요가 강하게 발생하다 보니 해외 거래소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별로 수요가 달라도 금융시장에서 특정 상품의 가격 차이가 지역별로 크게 벌어지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금융시장의 국가 간 경계가 흐릿해졌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제도가 발전하면서 환전, 외국 시장 투자, 외화 송금 등이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해외 시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실체가 없는 금융상품은 전산으로 거래가 이뤄지므로 국내로 들여오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차익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다. 차익거래란 같은 물건을 두고 두 시장 사이에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싼 곳에서 사 비싼 곳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는 것을 뜻한다.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없고 100%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익거래가 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시장에서 차익거래가 이뤄지고 가격 균형을 되찾는 구조다.

약 8%에 달하는 김치 프리미엄이 잘 이해되지 않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전문가·업계에서는 국내·외 사이에 가상자산의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비트코인을 활용해 차익거래를 하려면 외국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 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로 비트코인을 옮겨 이를 팔아야 한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이 과정이 매우 번거로운 데다가 송금 제한 장치 등 가상자산 거래소가 사용하는 솔루션이 다르거나 연동되지 않으면 비트코인을 임의로 옮길 수 없어 대규모 차익거래가 발생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김치 프리미엄은 보통 비트코인 상승장에서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는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만 해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굳이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차익거래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이동에 앞서 개인의 자본이동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도 김치 프리미엄으로 연결된다. 관련 규제로 인해 자본이동이 번거로워 대규모 자금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시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차익거래가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본의 이동이 쉬워야 차익거래를 통해 ‘1물1가 법칙’이 성립하게 되는데 국내에서는 자본이동이 미국 등 해외시장에 비해 어렵다”며 “차익거래를 통해 가격을 맞출 수 없어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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