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교통사고로 꿈을 접은 유연수 선수가 좌절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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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4-03-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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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주 유나이티드 FC 골키퍼였던 유연수 선수는 지난 2022년10월 음주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은퇴를 한 유연수 선수는 패럴림픽 선수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신에게 전부였던 축구선수라는 꿈을 접게 된 유연수 선수가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유연수 선수사진 김호이 기자
유연수 선수 [사진=김호이 객원기자]

어떤 어린시절을 보냈나. 처음 축구선수를 어쩌다가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어릴 때는 장난도 많이 치면서 말썽을 많이 피웠던 아들이었다. 아버지께서 “너 축구하고 아빠랑 살래 축구안하고 아빠랑 살래?” 물어서 “축구하고 아빠랑 살래”라고 해서 아버지의 추천으로 축구선수를 하게 됐다.
 
축구선수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매 순간 순간 기억이 남고 초등학교 때 우승을 했다. 중학교 때는 팀에 있을 때 우승을 했다. 저한테 축구는 시작할 때부터 은퇴할 때 까지 좋은 기억만 있다. k1 올라와서 뛰고 첫 우승 했을 때가 제일 기억을 많이 났다.
 
불의의 사고로 은퇴를 일찍하게 됐는데 그때 상황을 말해줄 수 있나
-2022년 10월 18일 새벽 경에 바람 쐬고 숙소로 들어가는 도중에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서 차가 3바퀴 전복되면서 사고가 났다. 그 당시에 잠에 들어서 깨니 사고가 난 상태였다. 일어나보니 사고가 나있었고 안 움직이는 몸 이끌고 차 밖을 나왔다.
 
중환자실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현재 근황은 어떤지, 재활 치료 중인지 궁금하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있었다. 죽는 게 나을 정도라고 생각이 들었고 부모님에게 죄송하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나였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힘든 게 지나다보니 긍정적이게 바뀌었다.
 
인터뷰 장면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김호이 객원기자]
 

기사를 보니 음주운전 사고낸 30대 남성이 사과 한마디도 안하고 징역 4년 법정구속 됐는데 항소를 신청했다. 마음이 아픈데 이것에 대한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고 가해자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어느 방송을 나가든 항상 하는 말인데 아직도 받아줄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도 봤을 거다. 그런데도 사과도 없었고 5년 구형인데 4년으로 줄어들어서 부모님이 재판장을 갔는데 사과 한마디도 없고 5일 만에 항소를 해서 많이 화가 났다. 나 역시 똑같이 항소했다. 가해자가 그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무릎 꿇고 빌어도 다시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음주운전 법이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를 보면서 봐줄 생각이 줄어들었다.
 
가해자는 아직도 아무런 사과가 없나
- 그렇다. 사과문을 쓰면 받아줄 의향이 있는지 진정성있는 사과를 원한다고 몇번을 이야기했다. 재판이 다가오니까 사과문이랑 위탁금을 걸어놨다. 이 사람은 쉽게 봐주면 안되겠다 생각.

 

구자철 선수가 변호사를 선임해주기도 했는데 동료 선수들이 어떤 도움들을 줬나
-다쳤을 때는 선수들이 많이 찾아와서 금전적으로 도와준 분들도 있었다. 병문안 오는 게 많은 큰 힘이 됐었다. 알려주고 sns에 업로드 해주고 팬 분들에게 알려 지다보니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11일 눈물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예상치 못한 축구선수 은퇴라 더욱 실감이 안 났을 것 같은데 소감이 어땠나. 은퇴식 당일 눈물도 흘렸는데 눈물의 의미도 궁금하다
-눈물의 의미라기보다는 제가 어디가 안 좋아서 은퇴를 한 게 아니라 타인에 의해 은퇴를 한 거라서 은퇴식을 하는 날 경기장에 가서도 실감이 안났다.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팬분들이 오시니까 그때 ‘축구를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에 감정 컨트롤이 안 되고 죄송해서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11월 은퇴식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축구선수라는 타이틀을 벗게 됐는데 요즘 꿈은 뭔가
-지금은 사실 패럴림픽 장애인 스포츠를 나가는 게 목표다. 그 다음은 누군가의 말로 도움을 받고 행동에 힘을 받았기 때문에 나도 누군가에게 말을 통해서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등번호 31번에 맞춰서 은퇴식 당일 전반전 31분에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줬는데 그때 어떤 심정이었나
-그때 사실 몰랐다. 다들 박수를 쳐서 행사인줄 알았는데 핸드폰을 보니 구단에서 준비해줬다. 관객석에서 제 이름이 들리니까 눈물이 났다.
 
사고 전에는 무엇을 향해 달려왔고 지금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나
-축구 할 때는 일단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게 목표고 국가대표 되는 게 큰 꿈이었다. 지금은 패럴림픽이 제일 동기부여이자 힘이어서 그 꿈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음주운전 차량과의 교통사고를 통해 장래가 촉망됐던 선수 생활이 180도 뒤바뀌었다. 교통사고 전과 후의 삶은 어떤가. 사고 후 행복의 기준, 삶의 의미에 있어서 달라진 게 있나
-사실 축구를 할 때는 축구만 보고 달려왔다. 교통사고로 인해 축구를 관두게 되면서 축구 말고 다양성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걸 느꼈다.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면서 행복 지수가 많이 올라갔고 가족이 행복한 게 느껴진다. 사고가 나서도 행복함을 찾을 수 있어서 축구 할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
 
유연수 선수가 전하는 메세지사진 김호이 기자
유연수 선수가 전하는 메세지 [사진=김호이 객원기자]


최근에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했는데 출연소감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유퀴즈 출연을 통해서 유연수 선수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졌는데 이후 달라진 게 있나
-연락 올 줄 몰랐다. 연락오고 나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나가는 거 보고 스타가 됐다고 하더라(웃음). 연락왔을 때 당장 나간다고 했던 이유도 대단하신 유재석, 조세호 님이 있어서 흔쾌히 나갔다. 출연 후에 생각보다 많이 알아봐 주셨다. 유퀴즈에서 잘 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촬영장에서도 엄청 잘 해주셔서 너무 편하게 이야기하고 왔다. 또 나가고 싶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유퀴즈 뿐만 아니라 KBS, YTN 뉴스, 유튜브 ‘박축공’ ‘위라클’ ‘키즐’ 등 여러 방송과 매체에 출연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축구할 때 보다 많은 관심을 받아서 어색하긴 한데 좋긴좋다. 저라는 사람이 잊혀 질 수 있는데 팬분들과 기자분들, 방송국 사람들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고 저를 통해 이런 일들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어서 연락오면 웬만하면 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타인에 의해 꿈을 접게 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저도 이런 큰 교통사고로 인해 처음에는 많이 좌절하고 안 좋은 생각도 했었는데 좋아지고 나니까 내가 갔던 길 말고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다른 분들도 저보다 더 힘들 수도 있지만 모든 것에 포기 하지 마시고 내가 이 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길이 많고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들 중에 선택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하고 즐기면서 하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말고 저를 봐서라도 큰 힘들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유연수 선수와 김호이 기자사진 김호이 기자
유연수 선수와 김호이 객원기자 [사진=김호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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