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김용균 감독이 '소풍'을 통해 노년의 삶과 우정을 다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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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4-03-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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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에 찾아간 고향에서 16살부터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풍’은 젊은 세대에게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노년을 맞이한 세대들에게는 그동안의 삶과 우정에 대해서 돌아보게 한다. 원로배우인 나문희배우와 김영옥 배우가 출연한 ‘소풍’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김용균 감독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용균 감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용균 감독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소풍’을 어쩌다가 하게 됐나
-나문희 선생님이 영화의 시작이었다. 나문희 선생님 팬 분이 손글씨로 이야기를 써왔다. 담당 매니저가 이야기를 읽어보더니 좋았다고 하더라. 보통은 투자도 받고 젊은 주인공을 출연시키는데 그렇게 되면 특별한 매력이 사라질 것 같았다. 80대의 이야기를 당사자들이 하는 게 특별한 매력이지만 투자를 받는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예산이 얼마나 됐나
-12억에 했다. 너무 적은 예산이라서 걱정을 했지만 배우님들의 영향이 컸다. 

여행이 아니라 소풍이라는 제목을 짓게 된 계기가 뭔가
- 요즘에는 현장체험학습이라고 하더라. 우리 때만 해도 소풍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80대가 돼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젊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은퇴 하고나면 다시 10대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회춘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중년보다 노년의 분들의 마음이 더 젊어지는 것 같다. 그게 10대들의 소풍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도 소풍이지만 세상을 떠날 때도 소풍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다. 어르신들의 마음이 젊고 순수하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임영웅의 노래를 쓰기 위해서 편지를 썼다고 들었다
- 임영웅이 참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모래알갱이’가 우리 영화랑 너무 잘 맞더라. 시도라도 못하면 한이 되겠더라. 팬들이 팬심을 담아서 쓰는 공개 이메일 주소에 절실한 마음을 담았더니 답장이 왔다.  

배경이 평산마을인 이유가 궁금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계시는 평산마을은 아니다. 우연이다. 원래는 가명으로 쓰려고 했는데 이장님께 여쭤봤더니 그대로 쓰는 게 더 좋다고 하더라. 이 영화가 제작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시나리오를 보고 각색해서 넣은 게 있나
- 대부분이 시나리오에 있었다. 그렇지만 10대 시절 바닷가에서 노래 부르면서 회상하는 부분들을 넣었다. 나이가 들수록 퇴행하는 게 아니라 다시 어려져서 10대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는 걸 구체적으로 담고 싶었다.

배우들이 뭐라고 했나
- 배우님들이 어떤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안 하셨다. 본인들의 얘기이기 때문에 꾸밈없이 연기를 해주셨다. 당사자성의 마음준비가 이미 끝나 있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톤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했을 것 같다
- 원래는 유쾌발랄한 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제 생각보다 더 유쾌하게 연기를 해주셨다. 무거운 이야기는 담담하게 표현해주셔서 너무 좋았다. 

MZ시대가 많이 찍는 네컷사진을 경험한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나
- 실제로 굉장히 재밌어하셨다. 처음 경험해보는 것 같더라. 

김영옥 배우가 출연을 거절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 이 영화를 못 만들었을 것 같다. 김영옥 배우님이 거절했다면 이 영화가 중단됐을 것 같다. 온전히 두분으로부터 출발했고 감사하게도 박근영 배우님이 합류해주셨다. 

쵤영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게 있나
테이크를 두 번 이상 넘어간 게 없었다. 매 테이크마다 상상한 것 이상으로 보여주셨다. 

감독님이 본 나문희, 김영옥 배우는 어떤 사람인가
- 화면에서 보던 것과 다른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을 하면서 느낀 건 지혜로운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80대까지 현역인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방송과 예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셨든 위트가 넘친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세분 다 공통점은 정신적으로 너무 건강하셨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은 뭔가
- 죽음을 알아야 진짜 삶을 아는 것 같더라. 죽음을 피한다고 피해지는 게 아닌데 죽음을 알아야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죽음을 상상하고 떠올릴수록 우울할 수 있지만 현재의 소중함을 더 잘 알 것 같더라. 

처음에 영화를 기획했을 때 생각했던 대로 나왔나
-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제가 80대가 아니기 때문에 다 담는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 

금심과 은심 같은 친구가 있나
- 제 친구를 시사회 때 초대했다. 우리 얘기 같다고 하더라, 10대 시절 찐친은 자주 만나기 힘들어지는데 나이가 들수록 필요해지더라,

감독님에게 소풍과 관련된 추억이 궁금하다
- 장기자랑, 보물찾기가 기억에 남는다. 보물찾기 성공을 못해서 열받았던 기억이 있고 바닷가 앞에서 장기자랑을 했던 기억이 남는다. 

관객들이 소풍을 봐야되는 이유가 뭔가
- 흔하게 볼 수 없고 어쩌면 다시 경험할 수 없는 80대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꼭 봐야된다. 그리고 이 시대에 필요하고 다뤄줘야 되는 시대정신이 담긴 이야기다. 
김용균 감독이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용균 감독이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80대에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 나문희 김영옥 배우님이 롤모델이다. 극중에서 왜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한테 주냐고 했을 때 50대가 돼서 늙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배우님들이 봤을 때 50대는 얼마나 젊겠나.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우정을 지켜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그분들 이미 행복하고 축복받은 분들이다. 그 우정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그 핵심을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다. 존중해주고 배려해줄 때 우정을 지켜나갈 수 있다.  
김용균 감독과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김용균 감독과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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