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원 칼럼] 분양가 상한제 완화.. 주택공급체계와 함께 심층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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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교수/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
입력 2024-0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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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권기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교수]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완화가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거주 의무 적용을 3년 유예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실거주 의무가 시작되는 시점을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후 3년 이내’로 완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여야는 주택법 개정안은  29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될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변천사

분양가상한제는 주택분양 시 택지비, 건축비와 기업이윤을 합해 분양가를 산정한 후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도록 하는 가격규제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1970년대에 공공주도로 아파트가 공급되는 방식이 추진되면서 공공성 측면에서 분양가격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1977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그후 1981년 1분기 오일쇼크로 인해 심각한 경기침체가 나타남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가 강력한 민간자율화로 변경되면서 분양가 상한제는 대형평형에만 적용되도록 정책 강도가 완화되었다. 심각한 경기침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경기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경제목표 설정, 분양가 상한제는 국민주택규모를 초과하는 중대형 평형의 민간아파트에 대해 분양가격을 자율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가 수정된 것이다. 이후 예상보다 빠르게 경기가 회복되고, 주택시장이 과열되면서 주요지역의 주택가격이 급상승함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는 다시 강화되었다.

1989년과 1990년대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의 적극 도입을 주장하는 한편, 주택 200만호 공급계획을 본격화한 가운데 기존의 정책 강도를 완화한 원가연동제를 도입하였다. 원가연동제는 아파트 건설 원가를 중심으로 분양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신규주택 공급감소와 주택 품질 하락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실시되었다. 이후 주택가격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분양가 자율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는 전면적으로 자율화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기에 돌입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논의가 시작되어 2013년까지 주택시장의 거래 축소 및 가격하락이 지속됨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쪽으로 규제의 강도가 완화되었고, 실제로는 자율화에 가까울 정도로 탄력적으로 적용되었다. 그러나 2019년 주택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다시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되고 2019년 11월 서울지역 27개 동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함으로써 2015년 실질적으로 자율화되었던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하였다.

분양가 상한제는 그 변천사에서 보듯이 주택시장이 침체될 때는 자율화에 가까울 정도로 완화되고, 주택시장이 과열될 경우에는 다시 강화되는 등 일관성 없이 운영된 측면이 있다. 주택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건설업계 전반에 위축을 가져오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로써 신규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주택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대한 심층적 논의 필요

분양가 상한제는 기본적으로 주택 건설경기에 영향을 받으며,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확대와 같은 주택시장 환경의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에 주택가격이 하락추세를 나타냄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는 과거와 같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변천 과정에서 보듯이 주택시장가격이 계속 하락할 경우 분양가 상한제는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주택개발사업의 방향이 도심 내 아파트 단지 재개발·재건축으로 이동하고 있어, 분양가 상한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전반적인 주택 노후화로 대규모 아파트 재정비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 산정 문제는 건축자재 인플레이션 및 인건비 상승 등과 맞물려 복잡하고 뜨거운 의견조정 과정이 예상된다. 2008년 이후 분양가 상한제 완화로  민간 건설업계가 항상 이익만 누린 것은 아니었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로 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여 그 당시 상당수의 건설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파트 분양가격을 너무 억제하게 되면 채산성 차원에서 건설회사가 주택건설 참여를 피하게 되어 신규주택의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여 수년 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우리나라 주택공급 체계의 한 축으로, 이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공급체계 전반을 같이 검토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논의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관점에 따른 갈등과 이견이 존재하므로 우리나라 주택공급체계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성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분양가 상한제는 도입된 지 40년이 넘은 제도로, 그 유지와 변경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우리나라 주택공급정책 체계 전반에 관해 다각적 관점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권기원 필진 주요이력 

▲ 前​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객원연구원 ▲ 前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 ▲ 前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前 외교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 ▲아주경제 로앤피 고문(아주경제 객원기자)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교수 ▲법무법인 대륙아주(유한) 입법전략센터장 ▲중앙대학교 의회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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